이제는 우리집 상전이 된 내 아기 토리를 팔을 곧게 펴서 내 머리높이정도까지 안아
올릴 때가 있다. 토리가 곧게 서 있으면 고작 눈높이가 50cm쯤 되려나.
그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너무 좁아 보일 것 같아 더 멀리 많이 보이게끔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내마음과는 달리 어지럼증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과의 만남이 너무 피곤해진 시절 더 이상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다시 선택한
직업이 수의사였다는 저자. 그 마음 이해가 된다. 삶이란게 늘 공정하지많은 않으니까.
하지만 뒤이은 동물들과의 생활에서도 늘 행복함만 있는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이별과 아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동물역시 예방접종을 빼놓고는 고통스런 형편에 처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치료가 잘되어 보람도 느끼겠지만 무지개 다리를 건너야 했던 동물들을 바라봐야 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치료가 어려워 죽음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보면서 차라리 안락사가 더 나을지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들의 고뇌도 안타깝다.
동물은 사람보다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쁨과 슬픔, 아픔까지 다 느끼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올 수 있는 살아있는 아이들이다.
펫샵을 통해 입양을 한 아이들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형편도 안타깝고
입양전 정말 제대로 잘 키울지를 고심하지 않고 결정한 입양도 정말 안타깝다.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우리사회에서 동물의 입양은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잠깐 귀여움에 휩쓸려 입양했다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다른 곳에 입양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감정을 생각해본적이 있을까.
추천사를 쓴 최은영 작가의 동물에 대해 말하는 이 책에서 도리어 인간의 모습을 봤다는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겁한지에 대한 실랄란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겁한 인간들과의 접촉을 피해 동물들과의 삶을 선택한 수의사의 글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저자가 만나고 떠나보내야했던 수많은 아이들에 대한 일기에 가슴이 시리다.
너무 다정해서 너무 여려서 너무 아름다워서 더 상처받는 수의사의 일기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보기도 했다. 누군가 이렇게 힘없는 아이들을 기억하고 보살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했다.
언젠가 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떠난다면 나는 너무 힘들 것 같다.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오래 오래 함께 하자. 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