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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평점 :
1934년생이면 올해 89세, 구순이 다된 나이이다.
이 책이 쓰여진 때가 알파고가 등장한 2016년 이후라니 적어도 80세가 훌쩍 넘어서
썼다는건데 도대체 이어령이란 학자는 한계라는게 없는 대단한 지성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바둑싸움은 정말 세기적인 전쟁이었다.
바둑의 모든 수를 해석하고 인간과 대결을 한 알파고를 이긴다는건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우승을 예측했다고 한다.
지나놓고 보니 1승도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계가 인간을 찜쪄먹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 자체가 충격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세상이 오는 것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일하고, 그걸 넘어서 인간을 지배하는 그런 AI의 등장이 영화나
소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세대에서도 알파고의 등장은 다소 충격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8순의 노인에게는 말할것도 없다. 그 충격을 넘어서 바둑이라는 오묘한 세상에 대한 고찰과 AI의 태동부터 진화에 이르는 무수한 지적 경계를 마구 넘나드는 박식함에 말을 잊게 된다. 그리고 꼬부랑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빗대 또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솜씨라니.
아마도 이 글을 쓸 그 시간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감했을 것이다.
한반도에 태어나 죽어라 공부하고 나눔을 했던 학자가 후세에게 '너 어떻게 살래'라고
걱정스런 물음을 남겼다. 남들은 이렇게 저렇게 미래를 대비하고 뛰고 있는데 너는?
자신이 떠난 세상에 남을 자식을 걱정하는 에미의 마음이 이렇지 않겠는가.
어쩌면 뒷방 늙은이라고 해야 할 노인의 이 지성에 할말을 잃는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동안 잘 살아왔지만 미래는 여전히 부족해보이는 못난 자식들에게 마지막 숨을 모아 그 해답을 전하고 있다.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동서양을 넘나들며 제발 잘 살아가기를 당부하는 그 당부에 마음이 지극해진다. 신은 참으로 오묘해서 그 지독한 지성과 지혜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결국 자신의 곁으로 데려가는 이기심을 발휘한다.
이제 그가 전한 해답지로 우리는 무엇을 할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