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지순례 - 오늘도 인생 떡볶이를 찾아 떠날 거야
떡지순례(홍금표) 지음 / 비타북스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떡지 순례를 시작해본다.

신발끈 고쳐매고 일단 배는 좀 비워두자. 지도는 필수고 이왕이면 같이 먹을 친구도

옆에 있으면 좋겠다.

 


 

내가 언제 최초로 떡볶이를 먹었나 떠올려보면 초등학교때는 기억이 가물하고

중학교때 문방구점안 뒤편에 있던 조그만 분식점이었다. 한창 먹을 나이여서 일수도

있지만 용돈이 부족했던 그 시절 회수권 한장과 맞바꾼 떡볶이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집 떡볶이는 특이하게도 튀김을 튀기면 나오는 튀김조각들을 넣어서 고소한

맛을 냈다는 것이다. 아 삼각지 로타리 옆 신용산 초등학교 앞에 있던 그 문구점 분식점 사장님은 아직 살아계시려나 오래전 찾아가보니 이미 없어진지 오래됐던데.

 


 

나도 제법 맛집 덕후라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이렇게 떡볶이 맛집만 골라다니진 않았다.

우연히 맛집 순례중에 만난 필동에 만나분식은 그렇게 만난 떡지 성지였다.

벌써 이십여년전엔가 처음 갔었는데 그 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고 몇 년 뒤

갔을 때에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많이 아파서 병원에 계시다고 했었고 이 책을

보니 이제 할머니마저 몸이 아파 다른분이 운영하는 모양이다. 세월아 야속해!

 


 

때로 소문듣고 찾아간 음식점에서 불친절때문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나온 경험이 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이건 아니지 싶다. 그런데 맛은 그저 그렇지만 너무 친절해서 단골집이 되는 경우는 있다. 맛도 좋고 친절까지 더하면 얼마나 좋은 맛집이겠는가.

여기 골라놓은 떡지 성지중 맛도 좋지만 친절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다는 후기가 정말 마음에 와닿는다. 다행이다 떡지 성지중에는 욕쟁이 할머니집은 없어서.

 


 

요런 지도는 사진찍어 보관한 후 일주일에 두어번 돌아봐야 한다.

내 비록 지금은 섬에 묶여 있지만 서울에 가면 저 순서대로 돌아야지 다짐해본다.

소개해준 떡지 성지중 꼴랑 3집 정도만 간 기억이 있으니 난 맛집 덕후 되긴 틀린모양이다.

 

이 책에 소개된 '미소의 집'은 내 오랜 기억 저쪽에 있던 분식집 상호와 같아서

혹시나 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중학교때 남영동 근처에 있던 미소의 집이

첫 번째이고 여고때 친구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 흑석동의 미소의 집이 두 번째 집이다.

떡볶이가 유독 맛있었던 기억보다는 냉면이 더 기억난다. 지금 같이 늙어가고 있는

수녀친구와 가끔 그 집 얘기를 한다. 잘되던 분식집이었는데 왜 없어졌을까.

어디 다른데가서 오픈했을까. 다시 그 맛을 보고 싶다.

 

단지 떡볶이 맛집 소개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교통편이며 메뉴, 간단한 레시피에

추천메뉴, 거기에 주변 다른 맛집까지 정말 맛집 순례 덕후다운 소개글에 감동받았다.

그런데 내 생애 이 떡지 성지를 다 돌아볼 수 있으려나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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