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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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훌쩍 지났는가.

돌아가시기 1년전쯤 당신의 작품 사인회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책에 사인도 해주고 당시 꽤 인기있었던 무슨 영화를 같이 보는 행사였다.

 


 

당시에 이미 몸이 병들어 치료중이었다는데 얼굴에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다.

친한 친구분인듯 한 분과 나란히 앉아 조근조근 얘기도 나누고 독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사람들이 내가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고 극장을 자주 가는지 모르더라고 해서 웃기도 했다.

 


 

그무렵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리 어디쯤에서 사신다닌걸 알고 있었다.

이 에세이집에 등장하는 정원도 그집에서의 일상을 쓰셨을 것이다.

잠실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땅을 밟고 산책을 하고 온갖 꽃들을 키우는 그런 정원에서의 소소한 일상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나 역시 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사라고는 접할 기회가 없어 손바닥한만한 텃밭가꾸기도 한심하게 하고 있지만 지금 외국에서 한창 인기몰이중인 호미의 그 기능성에 감탄하곤 한다.

선생의 말마따나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으로 잘 만들어진데다 아 적당한 굴곡이 신기하게 땅을 골라 풀을 거두게 해준다. 반도체 시장을 섭권하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속에 조상들의 지혜가 이미 그전부터 이어왔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마흔 무렵 등단하여 써낸 작품속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애틋함,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을 더해 반듯하게 살아온 시간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개성사람들 기질이 그렇다고 한다. 남에게 폐끼치는 일 싫어하고 자존심 강하고 생활력 강하고 불합리한 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감 같은게 내력처럼 새겨져 있단다.

 

체구도 자그마하고 고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작품속에는 선생의 반듯함이 넘어서

회초리같은 면도 느껴지고 개판인 정치판이며 세상일에 대놓고 일갈하는 모습에서

절대 불의에 꺾이지 않겠다는 당당함이 참 좋다.

젊어서 내 몸은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가 들면서 차차로 삐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상전이 되어 못살게 군다고 하시더니 기어이 몸에 굴복하고 세상을 떠난지가 이렇게 오래되었구나.

 

아마 거기에서도 정원가득 꽃을 심고 가꾸고 글도 쓰시겠지.

그리운 아드님과 함께. 부군과 함께.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이렇게 선생의 예전 작품을 다시 보면서 잠시 그리움에 빠져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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