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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평점 :
딱 이 시간쯤이면 벚꽃이 흐드러진, 아니면 단풍이 화려한 오잔호텔에 에프터눈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도쿄 시내 한복판이지만 자연경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에 향긋한 차와 달콤한 디저트가 있는 오잔 호텔의 정겨운 모습이 그려진다.
서른을 앞둔 스즈네는 접객부문 콘테스트에서 일등을 할만큼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직원이다.
호텔라운지의 대선배 가오리의 출산휴가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된 스즈네는 반년 정도 앞선 시즌 에프터눈티 개발을 위해 검색을 하고 자료를 만드는 등 최선을 다한다.
기획회의, 하지만 조리반 팀장인 다쓰야는 스즈네의 기획에 심드렁한 표현만 하고 사라진다.
스즈네는 냉담한 다쓰야의 태도에 상처를 입고 그를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후에 다쓰야가 난독증이 있어 두툼한 기획서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다쓰야는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유명 대회에 니가 상도 받았지만 인터뷰 도중 그가 난독증이 있다는 걸 캐묻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과거가 있다.
다쓰야는 난독증이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 노심초사중이었고 스즈네가 그걸 아는 척하자 필요이상 화를 내기도 한다. 스즈네는 그게 비정상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에프터눈티 개발문제로 둘은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만다.
오잔호텔에 에프터눈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도 드러난다.
인생은 고생스러운 법이고 그럴 수록 더 단것이 필요하다는 스즈네 할어버지의 말처럼 단게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과자는 스스로에게 주는 상'
그 과자를 열심히 만드는 다쓰야. 그런 과자를 손님들에게 주고 싶어 최선을 다해 기획하는 스즈네. 열심히 살았지만 고령출산으로 우울에 빠진 가오리.
능력은 최고이지만 국적문제로 정직원이 되지 못하는 우스이린.
과자의 장인이었지만 이기적이고 고집스런 가부장적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히데오.
모두 각자의 사연들이 있다. 인생이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단맛의 과자는 스스로에게 주는 상.
다쓰야는 좀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스즈네의 진심을 알게 되어 조금씩
피어나는 애틋한 감정들.
봄날 흐드러진 벚꽃을 보는 느낌이다.
어느 날,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그런 날, 오잔호텔로 가고싶다.
다쓰야가 만든 정성스런 과자와 스즈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차를 마시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