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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평점 :
듣기로는 동물들은 대부분 흑백으로 세상을 본다고 한다.
과거 흑백사진만 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 나름 예술적인 감각도 느껴지지만
생동감은 확실히 떨어진걸 알 수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같이 컬러플한 세상을 흑백으로만 본다면 많이 심심할 것 같다.
각각의 색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붉은 계열은 따듯하고 열정적이고 식욕을 돋우지만
푸른계열이나 검은색등은 다소 우울한 느낌에다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마케팅계에서는 이런 색을 이용한 마케팅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세상에 널린 온갖 색은 우리의 삶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새로운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그동안 철옹성같은 이미지였던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많이 시끄러웠다. 파란색 기와가 얹혀진 건물의 이미지에
빗대어 '블루하우스'라고 불렸다. 과거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머무는 공간은 붉은 벽돌건물이 많았다고 한다. 거의 최초로 미국이 하얀색 건물을 지어 대통령관저로 쓰였는데 이후
'화이트 하우스'로 명명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영국군의 방화사건 이후 변색을 방지하는
납 성분의 흰색페인트를 칠했다는데 나름 전세계의 권력 1위의 대통령의 품위가 느껴진다.
요즘은 개인차에도 블랙박스가 달려있지만 과거엔 비행기 사고때 유용한 기기였다.
'블랙박스'가 사실 검은색이 아니고 오렌지색이라는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사고가 났을때 눈에 잘띄어 발견되기 쉬운 색으로 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맹독성 제초제를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불렀는데
사실 무색이라고 한다. 다른 약물과 쉽게 구별하기 위해 오렌지 줄무늬가 그려진
드럼통에 담았는데 이후 제초제에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양인중에 붉은 색 머리카락을 지닌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과거 빨간 머리는 초자연적
힘을 가진 마녀로 인식되어 핍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빨간머리를 가진 사람들을
'고집불통', '겁쟁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통하게 되었다니 '빨간머리 앤'이
세계적 작품이 되는데 다소 넘어야 할 산이 높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도 사방을 둘러보면 모든 것은 '색'이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초록의 나무와 풀들이 어우러지고 간간히 붉고 흰 봄꽃들이
보인다. 이런 컬러들의 조화가 우리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잠깐 잊고 지냈던 것
같다. 눈의 피로를 풀기 위해 저 멀리 푸른 지평선을 바라본다.
'오늘은 어떤 색의 옷을 입어볼까'부터 우리는 색의 전략을 이미 구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색에 깃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