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설은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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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하지 못한 말을 전할 전화기가 놓여있다.

부끄러워서, 혹은 이제 들어줄 사람이 곁에 없어서 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 책이 되었다.

 


 

이제는 보기도 힘든 묵직한 전화기. 아마 지금은 유선전화기를 가진 집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  과거 그 전화기가 있으면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주인집에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눈치보며 안방으로 드나들던 기억도 이제 희미해졌다.

 


 

최근 내가 열광하면서 보고 있는 '스물 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에서는 삐삐가 등장한다.

휴대폰이 아직 보급되기전 유선전화기로 메시지를 남겼던 그 삐삐.

음성녹음을 해놓으면 상대방이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언어들. '니가 이유없이 나를 응원했듯이 내가 널 응원할게. 니가 어디에 있든 니가 있는 곳에 내응원이 가 닿게 할게. 내가 가서 닿을게.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나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 누군가 내게 이런 응원을 보내준다면.

 


 

아마 여기 부재중 통화에 남긴 수많은 메시지에는 이런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난 엄마나 아빠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이야기. 이미 식어버렸지만 사랑했던 사람에게 남긴 애틋한 마음들. 정말 코끝이 찡해진다.

더불어 이런 글도 있다.

 


 

 

10년 전 가져갔던 돈이 사실은 만 원이 아니라 37만원이라니...듣는 어머니 놀라시겠네.

용돈으로 갚아간다니 다행스럽긴 한데 공범까지 불어버리다니..형. 미안해!

아마도 그 때 그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나보다. 근데 형까지 불어버리면 어떡하나. ㅎㅎ

 

1522-2290

나도 여기에 전화를 걸어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하늘에 있는 두 동생들아. 잘 지내니? 거기서는 외롭지 않니? 늘 너희를 기억하고 있어.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니들 말을 많이 들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

언젠가 내가 너희를 만나게 되는 날, 그 때 실컷 얘기 들어주고 안아줄게. 보고싶다.'

 

마음에 고인 말들을 이렇게 전화기에 부어놓으면 조금쯤은 시원해지지 않을까.

어렵게 쏟아놓지 못한 말들에는 나를, 상대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여기 모인 글들에 나 역시 힐링이 되는 것만 같다.

공중에 흩어지지 않고 책에 모아놓으니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다.

내가 전하지 못한 말도 하늘에 가 닿기를....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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