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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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등장하는 다섯 여자가 살았던 영국의 1800년도 중반을 연상해보면

산업혁명으로 돈을 벌러 도시로 온 사람들로 넘쳐나고 급격한 인구의 증가로

빈민가는 더럽고 길에는 미처 잘곳을 구하지 못한 노숙자가 넘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는 여전해서 여성의 지위는 형편없고 노동력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불안정한 사회였다.

 

길은 쓰레기와 오물로 넘쳐나고 공기는 오염되었으며 가뜩이나 우중충한 런던의 날씨까지

더해 을씨년스런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던 시대 '잭 더 리퍼'라고 불렸던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대장장이의 딸이었던 폴리나 군인의 딸이었던 애니는 그나마 조금쯤은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교통이 원할하지 않았던 당시에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적어서

여자가 유일하게 일할 수 있었던 공장이나 가정부로 일하던 집안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와 결혼할 확률이 높았던 시절이었다.

폴리는 그나마 당시 부족한 집을 개선하고 싶은 자선가가 지은 건물을 임대할 수

있어 더럽고 좁은 셋방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당시 도덕성의 타락이었다. 미혼모와 사생아가 흔했고 남녀 사이의 성관계가

자유로웠다. 하지만 유부녀에 대한 잣대는 높아서 남편이 간통을 하는 것은 대체로

용인 되었지만 아내의 간통은 적대적이었다.

폴리의 남편이 바로 옆집에 살던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괴로웠던 폴리는

술로 자신의 불행을 잊으려고 했다. 애니 역시 그랬다.

전염병으로 연이어 4명의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죽자 그 트라우마가

애니의 인생을 어둠으로 물들인다. 당시 안정적인 직업으로 수입이 좋았던 마부의 아내가

된 애니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저축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결국 그 트라우마가 술을 불렀다. 결국 가정은 파탄이 나고 두 여자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던 엘리자베스의 불행은 당시 여자하인들을 쉽게 정복했던

남자 주인이나 그 가족들의 성착취와 관련이 있어보인다.

엘리자베스의 첫 남자는 기록에 없지만 임신을 했고 심지어 매독까지 감염되어 거리의

여자로 등록된 것부터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렇듯 여기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짐작되는 다섯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시대'를 잘못 만난 힘없는 여자들의 불행이 있다.

교육의 기회도 가질 수 없었고 너무 쉽게 만난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하고 연이어 아이들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가 희생양을 만들었다.

전염병으로 부모나 자식을 너무 쉽게 잃고 임신을 막을 수 있는 피임의 방법도 몰랐던

시절 극심한 가난과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여자들이 쉽게 알콜중독에 빠졌던 것

같다. 결국 가정이 파탄이 나는 결과였고 세기의 살인마에게 그것도 아주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자들의 삶을 이렇게나 세세하게 따라간 저자의 노력이 감동스럽다.

 

당시 희생된 다섯 여자는 매춘부로 간주되었다.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저자는 그녀들이 결코

거리의 여자, 즉 매춘부는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박비를 벌기위해 구걸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들은 당시 사회구조상

돈을 벌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너무 값싸게 취급되었던 노동력과 그마저도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들이 가슴아팠다.

 

그저 '잭 더 리퍼'의 희생자로 거리의 여자로 기억될 뻔한 여자들의 삶을 되살린 저자의

노고가 너무도 감동스럽다. 불행한 삶을 살았고 끔찍한 결말을 맞았지만 자신의 삶을 이렇게

살려낸 저자에게 감사하지 않을까.

그 시대, 그 거리에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감사할 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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