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던 엘리자베스의 불행은 당시 여자하인들을 쉽게 정복했던
남자 주인이나 그 가족들의 성착취와 관련이 있어보인다.
엘리자베스의 첫 남자는 기록에 없지만 임신을 했고 심지어 매독까지 감염되어 거리의
여자로 등록된 것부터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렇듯 여기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짐작되는 다섯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시대'를 잘못 만난 힘없는 여자들의 불행이 있다.
교육의 기회도 가질 수 없었고 너무 쉽게 만난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하고 연이어 아이들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가 희생양을 만들었다.
전염병으로 부모나 자식을 너무 쉽게 잃고 임신을 막을 수 있는 피임의 방법도 몰랐던
시절 극심한 가난과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여자들이 쉽게 알콜중독에 빠졌던 것
같다. 결국 가정이 파탄이 나는 결과였고 세기의 살인마에게 그것도 아주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자들의 삶을 이렇게나 세세하게 따라간 저자의 노력이 감동스럽다.
당시 희생된 다섯 여자는 매춘부로 간주되었다.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저자는 그녀들이 결코
거리의 여자, 즉 매춘부는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박비를 벌기위해 구걸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들은 당시 사회구조상
돈을 벌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너무 값싸게 취급되었던 노동력과 그마저도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들이 가슴아팠다.
그저 '잭 더 리퍼'의 희생자로 거리의 여자로 기억될 뻔한 여자들의 삶을 되살린 저자의
노고가 너무도 감동스럽다. 불행한 삶을 살았고 끔찍한 결말을 맞았지만 자신의 삶을 이렇게
살려낸 저자에게 감사하지 않을까.
그 시대, 그 거리에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감사할 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