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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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조선을 집어삼킨 혼돈의 경성거리. 안국정에서 큰길로 한골목 들어간 상점가

모퉁이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오월중개소.

골동품과 미술품을 중개하는 오월중개소의 주인은 보통 사람들은 보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 최두겸이다.

 


 

종로 한복판에 생긴 서양풍의 티하우스의 주인은 평야에서 객주에서 잔심부름을 시작하여

자수성가한 남자이다. 이렇게 멋진 티하우스를 한 번방문한 손님들은 이후 다시 오지 않거나

들어오려던 손님들이 멈칫거리며 다시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티하우스 단골인 도성일보 기자 한우인은 주인에게 최두겸을 소개한다.

두겸은 티하우스에 걸린 멋진 그림 세화를 보고 손님을 쫒는 불운한 그림이니 창고에

치워두라고 조언한다. 주인은 그림을 두겸에게 넘긴다.

 


 

두겸의 오월중개소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인간과 영물, 신들이 찾아온다.

도겸은 그들이 가진 사연들 듣고 해결해주는 해결사인 셈이다.

여자인간의 모습으로 두겸을 찾아온 토지신은 요즘 시끄러운 기운이 자신의 곁을

맴돌고 있다며 잠시 기를 눌러놓았던 영을 깨운다.

 


 

오고오-아들이 귀한 양반가문에 아들로 태어나지만 기다리던 고추 외에 반골이 딸려나오는

바람에 여자로 속인 채 자라게 된다. 당시 조선은 반골을 가지고 태어난 자식은 반역자가 된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은 집에서 태어난 아들을 큰 집에 양자로 들어오게 되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고오는 저승길을 거부한 채 오월중개소까지 오게 된 것이다.

 


 

또한 두겸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영물 뱀 치조가 인간이 되어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 두겸의 목숨을 구하고 특별한 능력을 갖게한 치조가 잃어버린 자신의 조각을

찾을 때까지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다고는 했지만 형편없는 몰골로 찾아온 담비.

우물에 던져져 죽은 아이의 영혼.

인간에게 너무 다정해서 소멸해버린 샘물.

억울한 사연을 가지고 오월중개소를 찾아온 영물들을 한을 두겸은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자신 역시 억울한 한을 지닌 사람이었기에.

 

얼핏 몇 년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델루나'가 떠오른다.

죽은 영혼들이 머무는 호텔에서 생전에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해주고 댓가를 받았던

호텔 사장. 이 소설의 주인공 두겸은 댓가 없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자신도 상처가 있었지만 영원히 상처속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혐오와 차별 폭력과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내가 사는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내 아이의 아이가 사는 세상이 될거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기담이야기를 넘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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