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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오늘도 코로나 환자수가 10만이 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제는 오히려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외식은 꿈도 못꾸고 병원진료도 가급적 미루게
된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일 외에는 외출을 줄이고 있다.
가벼운 증세라는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오히려 코로나사태를 더 빨리 종식시킬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들이 나온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빈다.
아홉 살 마티아는 생일을 맞아 아파트 위층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조촐하게 파티를 연다.
아이들끼리 번잡스런 파티를 하지 않아도 좋아서 마티아는 다행이다 싶다.
코로나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었고 이태리, 특히 밀라노는 확진자 급증으로 봉쇄조치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이나 장을 볼 때만 외출이 허가된다.
체육교사인 마티아의 엄마는 바이러스가 가족들을 찾아올까봐 공포에 질려 지나치게
대응한다. 가족끼리 포옹도 안되고 하루에도 손을 몇 번씩 씻게한다.
아파트 주민들도 문을 걸어잠그고 오로지 아파트 관리인인 카를로 할아버지만 분주하게
청소를 하거나 정원을 돌본다. 카를로 할아버지는 심장병을 앓고 있고 수술을 해야하지만
팬데믹 사태로 병원에 자리가 나지 않아 계속 미루고 있다.
이제 학교도 비대면 방식으로 영상교육을 시행하게 되고 엄마와 별거중인 마티아의 아빠
안드레이가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봉쇄조치로 아파트로 들어오게 된다.
마티아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떠난 아빠를 싫어한다.
물론 엄마 역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마티아는 그 남자도 싫다.
아파트 안에 갇힌 사람들의 일상은 인내가 필요하다.
멋진 노래를 부르는 사람,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 치매를 앓는 아내를 돌보는 사람,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간호사를 둔 아내 몰래 집에서 바람을 피우는 남자.
그걸 몰래 지켜보는 마티아 부자. 그 와중에 아빠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식당을 하는
이모는 아빠의 아이디어로 대박을 친다. 이른 바 소풍바구니 배달사업.
비대면 시대에 말하자면 주제가 있는 메뉴를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아빠는 변호사이지만 만화를 수집하거나 다른 사업을 꿈꾸는등 유별난 사람이다.
더구나 가족들이 사는 아파트를 담보로 빚까지 얻었단다. 이런 아빠를 어떻게 용서할까.
봉쇄가 길어질 수록 사람들은 피폐해지고 마티아의 가족들도 예민해진다.
이웃과의 갈등도 이어진다. 그럴 때 아빠가 보여준 용기때문에 마티아는 점차 아빠가 좋아진다. 하지만 마티아가 고열을 내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가족들은 절망하게 되는데..
소설은 2080년 손자들에게 과거의 비극을 얘기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비극적인 현실을 추억처럼 떠올리는 걸 보면서 정말 우리가 먼
미래에 지금을 추억처럼 얘기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싶다.
조그만 공간에 갇혀 서로 부딪히고 상처주고 하면서 점차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감동스럽다. 어제 뉴스에도 열이 높은 어린아기가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열이 있는 환자는 입원이 거부되는 현실.
코로나 사태를 극심하게 겪었던 이태리의 상황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이 사태가 진정되면 우리 가족은 더 가까워질까. 많은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