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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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을 믿는가? 다음생은? 윤회를 믿는가를 묻는다면 나는 믿는다고 답하겠다.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난 윤회를 믿는다.

현생의 업을 잘 닦으면 후생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오히려 업을 다 닦으면 소멸하는게 낫지 않을까? 어쨌든 혼은 윤회를 하고 다음생에

다시 태어난 인간은 전생의 기억을 잊게 된다. 간혹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는데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다면 현생의 삶이 더 복잡해질 것 같기도 하다.

 

열 일곱살 소년 유채우는 죽었다. 죽던 날 채우는 두 개의 스케줄이 있었고 채우의

마음속을 꽉 채우고 있던 설과 할 일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 예감도 없이 갑자기

죽고 말았다. 죽은 채우는 망각의 강을 건너 저승으로 향했고 심판의 결정으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채우에게 천 명의 생을 사면 다시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된다는 여우, 만호를 만나게 된다.

 

만호는 채우에게 인간으로 태어나는 기회를 포기하고 소멸되는 대신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꼬득인다. 채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채우는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설이었다. 자신이 돌봐주어야 할 소녀.

그녀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났고 여전히 게살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채우는

다시 인간들의 세상으로 돌아온다. 100일의 기한동안 설을 찾아야 한다.

 


 

천을 세고 선 자리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그렇게 닿은 곳은 흉가처럼

으스스한 2층집앞. 채우는 전생에서 그랬듯이 요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연다.

'약속 식당'.

채우는 42살 아줌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설을 만나기 위해 두 사람만의 비밀레시피로

만든 '비밀병기'와 살살말랑, 그리고 설이와 채우가 개발하려 했던 미완성 레시피

'파감로맨스'. 이렇게 세 가지 메뉴만 준비했다.

 

'약속 식당'이 있는 이층집은 저주받은 집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살던 가족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집. 채우는 비가 오는 날에는 2층에서 뭔가 끌고 다니는 소리가 나는 그 집에서

설이가 손님이 되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한 달전 오픈했다는 '예쁘다 미용실'의 왕원장과 상조회사를 다녔다는 황부장 그리고

근처 중학교의 체육선생과 여중생인 구주미와 고동미, 구주미의 동생인 구동찬.

약속 식당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말못할 비밀들이 있다.

 

채우는 전생을 기억못하는 설을 만나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얼마나 간절한 약속이었기에 자신이 영원히 소멸될 것을 알면서도 인간세상으로

되돌아왔을까.

 

작가 역시 언니와 오빠를 잃었던 아픔이 있다고 했다. 생전 아버지는 먼저 간 자식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나 역시 먼저간 동생들을 이렇게 잊지

못하고 사는데. 나는 과연 다시 인간세상으로 돌아와 간절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구미호 식당 시리즈 3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번 생이 끝나면 맺었던 인연의 끈도 같이 끝나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되돌아온

채우. 죽어서도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그의 간절한 마음이 참 아름답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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