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습니다 오늘의 젊은 문학 1
나푸름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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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언젠가 과거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인간보다 더 지능화된 로봇들이 전쟁을 하는

모습이라거나 나를 닮은 더미가 나를 대신해서 직장생활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들.

 


 

박대리가 죽었다. 분명히. 그래서 상가집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직장에 있던 그의 더미는 여전히 살아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한다.

하긴 어떤 더미들은 오류가 발생하여 쓰러지기도 하고 인지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박대리의 오류를 고쳐 그가 떠나도록 해야하는데 정말 이러다가 언젠가 더미들이 산사람대신 삶을 이어가는 날들도 오지 않을까.

 


 

잘린 왼손이 살아있다고 믿는 윌슨. 실제 손이 잘렸어도 어떤 사람들은 가렵고 아픈 증상을 느낀다지 않은가. 윌슨의 왼손은 살아남아서 온갖 짓들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이제 윌슨은 이미 잘린 왼손을 죽이기 위해 고심한다.

 


 

'목요일 사교클럽의 여자'는 늙어가는 일을 몹시 두려워한다.

과거 결혼생활을 했을 때에는 출산후 몸매가 망가지는게 싫어서 낙태를 하기도 했다.

새로 만난 남자 장과 기분좋은 데이트를 즐기고 침대까지 갔건만 여자는 충격을

받는다. 왜? 장이 너무 일찍 불을 껐기 때문이다. 여자는 생각한다. 아 내몸이 너무

늙어서 보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정말 그랬을까.

 

문득 이 글을 쓰는 서재방의 책들을 둘러본다.

왜 남자의 아버지는 자신의 화려한 서재에 꽂힌 책을 아들이 읽지 못하도록 했을까.

책을 읽지 않고 전시만 했던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지혜로워질 아들이 두려웠던 것일까. 알 수 없다.

 

다소 난해한 단편들을 보면서 미래의 어느 시대를 갔다온 것도 같고 잠깐 꿈을 꾼 것도 같은 경험을 했다. 어쨌든 2022년 첫 달,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아직 살아있음이

증명이 된 셈이다. 내일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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