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의 아픔 나의 슬픔 -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ㅣ 연시리즈 에세이 6
양성관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1월
평점 :
마흔까지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립하여 사업을 한 것이 의사를 많이 만나는 일이었다.
당시 의대에서 1,2등으로 졸업하면 가장 많이 선택한다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들이
주고객이었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잘 되어있는 편이라 환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동네에서 보이는 수많은 병원간판은 의사들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사교육 잘 받은 모범의사들이 보험이 안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 진료과를 선택하게 되어 당시 내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 병원자가 붙은 곳에서는 미용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덕분에 나는 돈을 제법 벌게 되었지만 입맛은 썼다.
아무리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의사는 '선생님'이었다.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귀한 분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머리만 좋고 인성은 개똥인 의사들이 넘쳐났다.
3분 진료를 위해 2시간을 기다려 만난 어리게만 보이는 의사의 반말은 그렇다치고 권위적이고 싸늘한 말투에 주눅부터 들었던 기억들. 물론 좋은 의사도 있다. 여기 이 저자처럼. 이후 난 내 아이들이 의사가 된다면 반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저자의 경험처럼 정말 공부가 너무 빡세기도 하고 전문의를 딸 때 까지의 그 어마어마한 수련시간들이 벅차게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3D직업에서도 나는 의사가 가장 혹독한 3D직업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위험한 직업에 내 귀한 자식들이 뛰어들게 하기 싫었다.
저자 역시 의대만 가면 고생 끝 행복시작일거라고 생각했다지..하지만 아마 그 생각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지금까지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학드라마에서 만나는 의사의 모습은 허구다. 맞다. 후줄근한 모습의 수련의들이 그 드라마를 보면서 허구와 현실사이에 괴리를 느끼는 동안 맹한 시청자들은 자식들을 의대에 넣고 싶어 안달을 할 것이다. 일단 돈도 잘 벌고 같고 존경도 받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다보면 얼마나 고단한 직업인지 실감하게 되고 슬쩍 미래희망직종에서 제외시키고 싶을지도 모른다.
현세의 삶을 신께 맡기는 성직자처럼 살고 싶을 정도의 의지가 있다면 의사가 될 일이다. '의사'가 되기위한 수련의 시간도 힘들지만 일하는 환경또한 전혀 달갑지가 않다.
매일 아픈 환자를 만나고 죽음은 일상인 그런 곳에 인생의 반 넘어 살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그런 의사들이 있어 고통받은 수많은 환자들이 목숨을 구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하루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서고 있는 이 때, 의료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내 가족중에 의사나 간호사같은 의료인이 없음을 감사하게 되는건 못된 이기심이려나.
글을 아주 재미있고 맛깔나게 쓰는 재주가 있는 의사의 에세이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억지로 덧칠하지도 않고 진솔한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언젠가 이 글 솜씨로 사고 한 번 제대로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환자 돌보고 남는 시간이 있다면 말이다.
아직 집도 없지만 열심히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면 실례이려나.
'선생님 소설가 같으세요. 영화배우는 좀 아닌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