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란, 그중에서도 엄마란 자식에게 어떤 존재일까.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내 기질대로 결혼도 안하고 자유분망하게 살았다면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자식은 나를 겸손하게 하고 인내를 가르치는 스승이고
솔직한 표현으로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소중한 짐(?)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살아온 딸은 커서 작가가 되었다. 글쓰고 이름을 얻는 일이
쉽지 않았을터인데 참 기특하다. 글쓰는 일이 뭐 대단하냐고 무심히 말하는 저자의 엄마도
사실은 문학상 수상이 실린 신문을 사들고 이웃을 돌아다니며 자랑하는 팔불출같은 엄마일
뿐이다. 그냥 잘했어 내 딸, 대단해 내 딸 하면 좋으련만.
요즘은 자기가 낳은 아이를 학대하다 못해 버리고 죽이는 일도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버릴 의지가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
다만 그런 표현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할 뿐.
세상에는 엄마와 딸이 알콩달콩 자매처럼 지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여기 저자처럼
가깝다가도 멀어지기도 하고 원망도 하면서 왜 나를 더 사랑해주지 않냐고 불만하는
관계도 있다.
엄마니까, 딸이니까 이건 되겠지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흔하다.
내 속에서 나온 존재이지만 하나의 독립체라는걸 이성으론 알지만 감성으론 '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그래서 섭섭한 일이 있으면 더 분노하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딸도 처음이다. 그래서 서툰 것이 당연하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난 내 아이들에게 잘해준 것보다는 못해준 것만 남는다.
그 때 내가 좀 더 어른스러웠더라면, 좀 더 지혜로웠더라면....
딸의 입장에서 바라본 엄마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쓸쓸하면서도 사랑이 고프다.
그럼에도 이제는 철도 들어야지 싶어 엄마를 이해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나와 내 딸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 내 딸도 이렇게 생각하겠구나...그래서 그랬구나..
순리대로라면 내가 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테고 그렇게 남겨진 딸은 엄마가 되어
자식을 키우겠지. 그 때 즈음이면 나를 이해하고 그리워해줄라나.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남은 시간 내 아이들과 좀 더 좋은 시간들을 보내야겠다.
혹시라도 나로 인해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면 지우개로 지워주고 싶다.
이 세상에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딸과 좀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싶었다.
나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