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가본적은 없지만 TV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라 친숙한 느낌이 든다.
지금 가을의 뉴욕은 어떤 모습일까. 위드코로나로 인해 이제는 좀 활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늘 그렇지만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설레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사진으로 만나는 뉴욕의 모습은 문외한의 마음에도 썩 괜찮게 다가온다.
언젠가 뉴욕에 가면 시내 한가운데 있다는 공원도 가보고 싶고 유명한 뮤지컬도 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갤러리는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난 그저 예술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보면서 갤러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담긴 사진만으로도 그런 결심이 들게한다.
전공과는 상관없이 사진에 빠진 저자가 보는 뉴욕의 거리는 내가 그리는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산책시간도 역광을 생각하고 지나는 사람의 옷에서도 구도를 그리니 말이다.
소개된 작가들 중 유독 오사무 제임스 나카가와의 사진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가족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데 아이를 안고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선 저 여자가
아마도 오사무가 아닐까 싶다.
특히 어머니의 임종순간을 찍은 사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감정이 밀려왔다.
그 급박하고 슬픈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밀 생각을 하다니.
저자 자신도 어린시절 아버지가 찍어준 사진에 관해 추억했다.
지금 셔터를 눌렀던 카메라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문득 필름을 감으면서 사진을
찍었던 시간들이 그립다.
아 어떻게 찍혔을까. 사진관에 맡겨둔 필름이 인화되는 상상을 하며 기다렸던 그 시간들.
최근 흑백사진이 다시 인기라는데 아무래도 인화지에 담긴 흑백의 점점들이 더 깊어보이는 건 찰나와 편리함에 익숙했던 근간의 삶에서 느낄 수없는 깊은 그 무엇인가가 그립기 때문이
아닐까.
이 가을 뉴욕의 거리에서 인생의 깊은 맛을 느껴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