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빠져드는 미술관 - 누구라도 빠져들어 내 것으로 남는 미술 교양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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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터 그림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이 책들을

보고 제법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지금도 이런 책들이 나오면 가장 먼저 선택하게 된다.

내가 그림을 사랑해서? 가만 생각해보니 이 책들은 또다른 역사서이고 문학이어서 그랬다.

 

                                   

공부를 못했다고 할 정도는 아닌 학창시절 유독 역사시간이 좋았고 시험에서도 거의 올백을

받았다. 다들 어려워했던 그 과목이 왜 난 좋았던걸까. 살아보지 못했던 시절의 기록들이

그렇게 다가와서 그리고 그 역사에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림이 그랬다. 신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위트와 비밀스런 암호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종합예술이었다.

대체로 화가들은 당대에 인정을 받아서 풍요롭게 산 적이 거의 없었다. 다행이 마네처럼 유산을

상속받아 가난한 화가들을 돕기도 한 화가는 드물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치열하고 가난한

환경이 작품을 더 빛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먹어치우는 끔찍한 그림 '사투르누스'의

주인공 고야가 활동하던 시기 스페인은 이웃인 프랑스로 인해 그야말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의 시대성이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있는데 '마드리드의 알레고리'에 담긴 일화는 고야가

상당히 기회주의자가 아니었나 짐작케한다. 하긴 그 전쟁터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을지도.

                                   

'풀밭위에 점심'은 당시 파격이었다. 벌거벗은 여자가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와 숲속에서

식사를 하다니. 마네는 이 파격에 더해 '올랭피아'까지 등장시킨다.

신화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를 모방한 듯한 이 그림속 여인은 창녀라고 짐작되었다.

당시 파리의 신사들은 내연녀 한 둘 정도는 예사였고 창녀와의 만남도 흔했겄만 막상 마네의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알몸을 들킨듯 기겁을 한 것이다.

그런 인간들을 조롱하는 듯한 마네의 파격은 아마도 그가 가난에 휘둘리지 않았던 여유가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누구 눈치보지 않고도 소신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에.

                                   

저자도 언급했지만 아무리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본듯한 '만종'이나

'이삭줍는 여인들'은 가장 대중적인 그림이다. 밀레는 가난했고 한 때는 돈을 벌기 위해

누드화를 그리기도 했다는데 결국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농촌의 풍경으로 돌아간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평화롭다. 화가가 누구든 상관없이 벽에 걸고 싶은 느낌을 들게한다.

그래서 가장 많이 본 그림이 되었다. 살아생전 가난에 시달렸던 밀레가 이제 겨우 명성을 얻어

돈을 벌만 하니까 세상을 떠났단다. 인생사가 다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림도 보고 한 인간의 서사도 보고 시대도 보고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런 책이 좋다.

어렵지만 어렵지 않고 명작들이 틈틈이 등장하니 지루하지도 않다.

어찌 보지않고 읽지 않을소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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