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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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과거에 살았던 신라의 공주가 타임슬립을 해서 현대로 온 것은 아닌가.

제목만 보고 든 생각이다. 최근 드라마에 많이 등장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역사서이다.

 


 

단일민족임을 자부하는 우리 민족이 사실은 이민족과 끊임없이 섞여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간 중국이나 일본등의 침략이 한 두번이었던가. 다만 외모가 비슷해서 크게 인식을 못해서

그렇지 우리는 결코 단일민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일민족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방송국 PD인 희석은 우리나라 선박이 이란에 의해 억류되는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이슬람 무장단체의 만행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거 페르시아라고 불렸던 이란이

왜 이런일까지 하게 된 것일까. 물론 미국의 고립정책으로 벼랑에 몰린 이란이 이런 선택을

했으리라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희석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알아가게 된다.

 


 

경주가 고향인 희석은 다소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자신들의 뿌리가 바로 페르시아라고 말했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 이란에서 산 적이 있었던 희석은 이란이 낯설지 않았었다. 당시 이란은 중동에서는 잘 사는 나라였고 평화로웠다. 사람들도 따뜻했고 특히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며 살갑게 다가왔던 것이다.

터키가 형제의 나라라고 우리를 반기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란은 왜?

 


 

과거 신라는 외국인을 환대하는 문화였고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던 나라였다.

신라의 유적에는 페르시아에서 온 것들이 꽤 많이 발견되곤 했다. 더구나 신라의 왕릉곁을 지키고 있는 낯선 이국인 석상은 누구일까. 페르시아에서 생산되던 유리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처용이 도깨비가 아니라 당시 신라에서 살고 있던 서역인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왔다.

아마도 과거 신라에는 페르시안인들 뿐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입으로 전승되는 페르시아의 쿠쉬나메에는 동쪽 끝 땅에 있는 바실라라는 나라가 등장한다.

금이 풍부하고 신비를 간직한 그 바실라가 신라라고 짐작된다.

페르시아가 멸망하고 왕자가 이 바실라까지 와서 신라의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 소설의 내용이 결코 허황하지 않다고 믿어진다. 패국의 왕자가 공주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나라를 부활시키기 위해 다시 고국을 향해 떠나게 되고 결국 공주와 이별을 하게 된다.

신라공주와의 사이에 태어난 왕자 페리둔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페르시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눈물겹다. 고선지, 혜초, 원효, 의상대사같은 인물들과의 만남도 반갑다.

 

자칫 엉뚱한 상상일지도 모를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짐작하게 된다. 수많은 역사서를 찾아보고 유적지를 돌아보고 그래서 탄생한 이 소설은 그저

소설이 아닌 역사서가 되었다.

 

불교국이었다가 조로아스터교로 개종되었던 페르시아가 인류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이슬람에 의해 멸망되었고 찬란했던 문화는 묻혔지만 어쩌면 이 땅에도 그들의 후손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서울로와 테헤란로를 만들만큼 가까웠던 이란이 너무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소설로 묻혀있던 역사를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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