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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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는 말이 있다.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불의가 정의를 탄압하고 불합리가 판을 칠 때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세상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끄는 힘, 그 역할을 해야하는 사람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과거 어떤 시대에는 권력에 의해 핍박받고 거세당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쓴소리를 하는 스승이 있다.

그나마 이제는 이렇게 대놓고 권력을 비판하고 불평등을 해소해보려는 목소리가 여러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입막고 귀닫고 머저리처럼 살았던 시간을 지내온 사람들은 안다.  이 목소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전세계에서 가장 최단 시간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대한민국은 지금 행복한가? 무수히 억압받던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을 딛고 일어선 우리의 역사는 지금 정의로운가.

저자의 '광장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일상 민주주의'는 아직 요원다는 말에 공감한다.

촛불혁명뒤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과연 우리의 바램은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저자는 우리의 자아가 너무도 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겉으로는 성장한 듯 보이지만 우리의 자아는 아주 엉성하게 자란 것 뿐이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을 지금의 이 번영에 이르게 한 많은 요인중에 하나가 바로 교육열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애썼고 그 힘은 꽃을 피웠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대학은 안녕한가?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던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되고 지방의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없어지고 있다.

대학의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학생은 지식 소비자, 교수는 지식 소매상, 그래서 대학은 숨을

거뒀다는 말이 가슴을 때린다. 대학은 진짜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엊그제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동해로 쏘아올렸다. 이제 이런 뉴스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우리는 무뎌졌다. 과거 아주 오래전 이웅평이 북한에서 귀순했을 때 그 때는 정말 전쟁이

난줄 알았다. 북한산 정상위에 있었던 나는 급하게 산을 내려와 가족을 향해 뛰었었다.

그 뒤 몇 번의 사이렌 소리에 때론 라면을 쟁이고 전쟁에 대비하던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다.

이런 무감각이 죄일까. 코로나사태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던 우리 국민들의 모습에

세계는 놀란다고 하는데 정작 시민들의 의식은 성숙한데 정치는 퇴락의 길을 걷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저자는 개탄한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라는

독일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구가 아프게 다가온다.

정말 우리에게는 절망할 권리도 없는 것일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인가.

과거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음에 감사, 그리고 세계 여느 나라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강대국들에 둘러쌓인 이 조그만 반도의 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우리민족의

힘이다. 꺾이지 않고 휠 지언정 버티고 이기고 살아남았다.

이러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돌려 말하지 않고 폭풍처럼 내뱉는 저자의 쓴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알면서도 넘어가고 말하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 세상에.

고난의 시대를 넘어서 이제 성숙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권력자들에게

던지는 일갈이 매섭고 시원하다.

이 책은 이 시대 희망을 말하면서 불의하고 국민의 수준을 밑도는 정치인들이 읽어야만 한다.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는 시금석같은 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직 기회가 있을 때 바로 잡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바뀌어야 희망을 말할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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