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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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 도예가인지 요리사인지 미식가인지 딱 경계지어 말할 수가 없다.

故신정희 선생의 아들로 대를 이어 도예가의 길을 걷는 예술가이고 요리사이고 미식가이다

듬뿍 실린 사진속에 그릇이며 음식들이 어찌나 멋진지 맛을 보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하지만 미식가 남편을 둔 아내들은 안다. 매끼 새로운 식자재로 상을 차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래서일까. 이 요리사는 스스로 요리를 해먹는 걸 즐긴다. 다행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나 글을 쓰는, 이른 바 섬세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성격도 좀 예민하지 싶다.

그래서일까 유독 이 도예가는 입맛이 까다롭다. 그냥 사먹는 음식도 그러거니와 자연친화적인 식자재에 불필요한 양넘을 적게하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 아무래도 그릇을 굽는 가마는 인적이 드문 곳이어야 할테고 그러다보니 주변에 널린 자연을 밥상에 올리게 되었을 것이다.

아주 어려서부터 차맛을 익힐 정도였다니 그의 미식적 능력은 이미 오래전 키워졌을 것이다.

 


 

도예가로서 조상들의 가마터를 시찰하고 배우고 또 다른 것을 창조하는 작업은 정말 지단하다.

흙에도 성질이 있고 가마마다 그릇의 자태가 달라진다. 자신이 원하는 그릇 한 점을 위해 흙을 고르고 다듬고 가마를 달굴 장작의 마디 하나에도 눈길과 손길을 더하는 작업은 성질 급한 사람은 아예 그 길로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나무 껍데기 하나가 불티가 되어 그릇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니 그릇 한 점에 담긴 장인의 손길이 숭고하기만 하다.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장인의 그릇 만드는 솜씨야 보지 않고도 짐작이 되지만 이 장인의 요리철학이 정말 멋지다. 재료를 고르는 안목이나 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는 요리솜씨 또한 장인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특히 와 닿았던 것은 재료를 그에게 전하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정이었다.

직접 기르고 캐고 건져낸 사람들의 식자재를 고집하는 그의 밥상에 오른 요리들은 그래서 특별하다.

가을이면 곶감을 널고 봄이면 장을 담그고 그 모든 과정을 그릇 만드는 솜씨처럼 숭고하게 해낸다.

 


 

그의 지인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곶감을 말려 보내고 혹시라도 입맛을 잃은 지인에게는 알맞은 요리를 해서 드리는 그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사찰 음식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으니 그에게서 직접 뽑은 면으로 냉면을 만들어 대접받았다는 스님들도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분이 만든 요리, 그가 만든 그릇에 얹어 만끽하고 싶다.

 

거짓없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멋지게 살아가는 예술가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아들들이 대를 이어 그릇을 빚는 모양이다.

점차 사라지는 우리의 전통들이 이런 고집스런 예술가들에 의해 연명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도예가의 요리책' 참 배부르게 잘 보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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