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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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가 그려진 음악을 들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뫼비우스의 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온 느낌이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살이 된 아들 은수와 남편과 행복한 날을 보내는 민에게 불행이 닥쳤다.

아이와 산책을 나섰다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아이가 유모차 밖으로 떨어져 죽었다.

목뼈가 부러져서. 흔하지 않은 죽음이었다. 이후 민의 삶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민은 아이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고 믿었다. 분명 아이를 죽인 누군가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미친듯이 그 흔적을 찾아 헤맸다. 새벽 어느 날 아파트 건너편 헌옷수거함 근처에서 민의 집을 지켜보던 검은 모자를 쓴 여자. 그녀가 범인이라고 믿었다.

 


 

분명 검은 모자의 여자는 민의 주변을 맴도는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가 아이를 잃은 고통으로 정신적 충격으로 만든 허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은 자신은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느꼈다.

 


 

남편은 자상했고 아내를 위해 개를 입양했고 크리스마스 이브 어느 날 교회 근처를 걷다가 버려진 아이를 만난다. 아이의 곁에는 검은 고양이가 있었고 부부는 그 아이와 고양이를 입양하여 동수와 까망이라고 불렀다.

까망이는 마치 동수를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 붙여놓은 것 같이 동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민의 가족들에게 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누군가 개의 눈을 빼내 시력을 잃게 만들었고 민이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불이 나서

아이를 돌봐주러 집에 올라와있던 민의 엄마가 죽었다.

 


 

민은 이사를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곁을

맴도는 검은 모자의 존재를 느낀다.

결국 민은 자신을 의심하는 남편을 밀쳐내고 동수를 죽이기 위해 목을 조른다.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그 사건으로 민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여전히 민을 사랑하지만 남편도 민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민이 몰래 찾아낸 남편의 차계부에는 오랜 연인에 대한 일기가 적혀있었다.

자신과 결혼하기전부터 관계를 맺었던 여자. 동수는 그 여자와 남편 사이에 낳은 아이인지도 모른다. 민은 병원을 탈출해서 사건의 뒤를 쫒는다.

 

에드거 알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가 떠오르는 소설이다.

동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아이를 보호하려는 검은 고양이 까망.

민이 찾아간 무당의 말처럼 동수의 곁에는 악귀가 머물고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남편은 과거의 여자 사이에 아이를 낳았던 것일까. 그 여자가 민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려고 꾸민 사건들일까. 이런 의문으로 마지막장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허상인지 지금도 알 수 없다.

민 스스로 모자를 쓰고 헌옷수거함 곁에 서는 순간 뭔가 무너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밀려온다.

결국 밝혀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건가.

잘 짜여진 전반부와 스릴감 넘치는 중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느슨함과 모호함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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