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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
이흥규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8월
평점 :
내 버킷리스트에는 자식들과 배낭메고 세계여행이 들어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어쩔 수 없다지만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부부나 친구끼리의 여행은 흔해도 이렇게 일흔의 할머니와 이십대 중반 손자의 여행이라니.
정말 이런 여행을 하겠다고 결정한 손자가 대견하기만 하다.

허리도, 무릎도 고장이 나서 제대로 걷기도 힘든 할머니가 손자가 제안한 여행에 선뜻 따라나선 것은 그만큼 설레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포기했던 여행이 실제로 이루어지다니.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높은 산과 눈이 있는 스위스로 날아가기로 한다.

16시간이 넘는 비행기에서 이미 허리는 말썽이고 잠이라도 자면 통증도 잊을텐데 그마저도 힘들었다. 그렇게 처음 도착한 이탈이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풍경이 할머니를 압도한다.
그래도 계단은 질색. 예약해놓은 숙소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다. 할머니는 계단을 보고 기절하고 싶었단다. 그래 젊은 몸은 모른다. 계단이 히말라야 꼭대기 같은 현실을.

가끔 내려갔던 할머니집에서 TV를 켜놓고 잠드시는 할머니를 보고 외로움을 봤다는 손자.
마음이 참 따뜻한 젊은이다. 더 늦기전에 할머니랑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다니.
이런 손자를 둔 할머니가 부럽고 똥강아지라고 귀여워 해주는 할머니를 가진 손자도 부럽다.

날은 뜨겁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다닌 여행은 예정보다 못한 것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행복해하는 할머니늘 보면서 위안하고 챙겨드리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언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렇다.
뒤돌이켜 보니 못해준것만 기억나더라고. 티격태격 힘겨운 장면도 있지만 나름 선방한 여행이다.
가장 좋았던 여행의 순간은 손자가 손을 잡아준 때였고 밤늦게까지 도란도란 옛날얘기 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는 할머니. 그동안의 외로움들이 그대로 전해진다.
더 늦기전에 우리는 뭔가를 해야하는데...놓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생각케한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떠날 수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손잡고 같이 여행 떠나줄 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더 늦기전에 할머니와 또 다른 곳으로 도전해보시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