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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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가 열릴 무렵 여수란 도시에 처음 내려왔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어떤 도시인지는 짐작도 안되었던 도시였다.

여수 소재 제일 먼 섬에 집을 짓고 살다가 뭐든 여수시내로 나와야 할 일이 많아져서

문수동에 아파트를 얻었다. 그렇다고 여수시에 산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머물렀다.

한 달이면 일주일 정도? 사실 여수는 서울로 치면 어느 한 둘의 '구'정도 되는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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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엑스포를 치르면서 곁에 있던 여천을 병합하여 크기를 키웠다.

덕분에 엑스포도 치루고 아파트값이 올랐다. '여수 밤바다'가 여행객들의 발을 여수로

돌리게 했고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숙박이며 음식값이 수시로 올랐다.

줄긴 했어도 여전히 관광객이 선호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런 여수를 소재로 소설이 나왔다.

백조 세탁소는 국동에 있는 주공아파트 2단지에 있다. 실제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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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망하는 시대다. 교육열 높은 우리민족이지만 줄어드는 인구는 어쩔 수 없고 경쟁력

떨어지는 학교도 기업처럼 퇴출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은조가 그런

학교를 다니다가 막바지에 졸업장도 못타고 내쳐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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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부모님은 1년 기한으로 세계여행을 떠났고 졸지에 세탁소

사장자리가 은조에게 떨어졌다. 하긴 졸업장도 못타고 내쳐진데다 어디 소속 되기도 힘든

상황이니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재개발이 된 1단지 아파트는 찬란했지만 그 옆 2단지는 죽은 동네였다.

빈집이 부지기수이고 상가라고 해봐야 이제 몇 집 남지도 않은 그런 단지에서 은조는

먼지 풀풀 날리는 옷들을 세탁하고 다리고 그리고 셜록 홈즈같이 수사를 시작한다.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들어갔다가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정도가 여수로 쫓겨 내려와

은조와 파트너가 된 것은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모르는 여수 바닥에서 그나마

은조라는 줄을 잡은건 정도에게 행운이다. 은조는 제법 파트너 역할을 잘 해냈으니까.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소소한 사건부터 살인사건까지 다양하게 발생하는 법이다.

1단지 상가 옷가게에서 옷이 도난당하는 사건부터 하우스 도박장까지...

 

은조는 졸업장을 받지도 못한 패션디자인쪽에도 재능이 있지만 수사에 더 재능이 많다.

물론 뭔가를 깊숙히 들여다보는 관찰력이 도움이 되긴 했겠지만.

하지만 매일 폐지를 수집하는 할머니의 정체는 정말 놀랍다.

 

여수에도 청년몰이 들어섰다가 지금은 아마 내리막을 걷고 있을걸.

게스트 하우스에 카페가 엄청 들어선 여수에 이렇게 멋진 '한달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생각해낸 은조는 진정 고향을 사랑하는 젊은이가 맞다.

은조는 결국 작가 자신의 모습 아니겠는가.

늙어가는 고향을 재건하고 잊혀져가는 시간들을 되살리고 신나게 살아보자는 프로젝트.

그거 멋있다. 소설속에서만 존재할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낼 모레 여수로 내려간다. 딱히 큰 사건이 있는건 아니지만 세련되게

해결해 준다는 백조 세탁소에 들러볼까 한다. 여긴 옷을 대충 입고 가서는 내 인생이

완전 털린다. 제대로 입고 가자. 기다려 은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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