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평점 :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몸에 전기가 흐른다거나 미래를 본다거나 불위를 걸어도 뜨거움을 느끼지 않고 상처도 나지 않는 사람들. 하지만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 초능력자들은 현실에서는 없었으면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손바닥에 열감이 느껴지거나 공중에 원이 보이고 심지어 잠깐씩 기억을 잃고 쓰러지는 기면증을 앓는 진.
결국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카지노가 들어선 도시의 한 전당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
십 년 전 흰 캐딜락을 타고 이 도시로 들어왔다는 성사장 밑에서 일을 봐주는 진은 자신의 병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
도박을 하기 위해 이 도시로 몰려드는 부나방 같은 인간들. 결국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마지막 남은 것까지 전당사에 잡히고 거덜이 나면 카지노 출입표를 얻어 다시 되팔아 연명하거나 자살하거나 노숙자로 전락한다. 더불어 이 도시에는 이런 인간들에게 마지막 온정을 베푸는 전당사들이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전당사 문을 여는 성사장. 그의 과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전설같은 인물이다.
사실 진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꽤 있었다. 능력의 차이가 다르긴 하지만 포트라고 부르는 문을 열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 도시에도 몇 명이 있었다.
오래전 경찰이었던 심경장은 심장병을 앓는 딸을 위해 중국에서 심장을 공수해오는 일을 맡았었다.
장기 매매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거부인 한회장의 심장이식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심장이 건네오자 자신의 딸을 위한 심장 하나를 더 부탁해 일을 맡은 것이다. 심경장은 게이트의 문을 여는 초능력자였다.
하지만 한회장의 배신으로 딸의 심장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그 순간 한회장과 함께 있던 여자가 심경장을 구하고 세월이 흘러 심경장은 한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뒤를 쫒는다.
심장이식외에는 목숨을 이어갈 방법이 없는 한회장. 그의 동생이며 실세인 한 이사.
한회장이 운영하는 호텔과 카지노에서 보안팀장을 맡게 된 배준. 그 역시 초능력자다.
한회장은 그냥 심장이 아닌 가장 초능력이 강력한 자의 심장을 원한다.
사실 진은 가장 큰 능력을 지닌 아이였다. 그 능력을 누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게이트의 문을 여는 능력은 커지기 시작한다.
심경장의 복수는 그칠 줄 모르고 과거를 묻은 채 숨어지내던 초능력들도 그를 저지하기 위해 다시 표면에 등장한다. 그리고 진은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휘해 한회장과 심경장을 막아내려 하지만....
아주 기발한 소재의 소설이다. SF영화를 보는 듯 생생한 표현이 압권이다.
정말 이 세상에 시공간의 문을 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 여행자가 있다고 하던데. 비가 폭포처럼 내리는 여름 밤. 시간을 잊은 채 읽어내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