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 그동안 몰랐던 서양미술사의 숨겨진 이야기 20가지
허나영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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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화유산중에 그림은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종이나 캠퍼스위에 사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그 작업이 바로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숲이나 나무, 인물이 그려진 그 그림속에는 당시의 사회상이나 스토리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고날 때부터 뭔가를 기록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원시시대에 그려진 벽화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당시에도 꽤 괜찮은 화가가 있었던게

아닐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학창시절 크레파스나 물간으로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그림'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예술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그림에 관한 책들이 나오면서 그 그림에

깃든 스토리나 화가들의 삶을 더 깊숙하게 바라다볼 기회가 되었다.

대체로 화가들은 가난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고흐역시 다른 화가들에

비해 엄청난 작품을 그렸지만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만 팔렸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알게된다. 하지만 사후 가장 인기있는 그림이 고흐의 작품들이라니

왜 진작 그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가난함의 치열함이 명작을 만들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작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그림의 역사를 한 권으로

만났다. 대체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작품도 있고 몰랐던 작품이나 화가도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거의 다 남자였다. 과거 여자는 모든 면에서 주인공이 될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타고난 재능을 버리지 못했던 여자 화가들의 이야기가 특히 맘에

와 닿는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화가인 오라치오의 딸로 태어난 아르테미시아는 유명

화가였던 카라바조에게 그림을 배웠고 능력이 출중했지만 열 여덟살이 되던 해에 타시라는

화가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당시 성폭행을 당한 여자는 가해자와 결혼을 하거나 은둔자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럼에도 화가로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 아르테미시아는

보수적인 시대에 빛나는 여성임이 분명하다.

 


 

 

그녀의 그림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에서는 그녀의 아픔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이 그림을 본 한 부인이 기절을 했을 정도로 섬뜩한 장면인데 유디트의 목을 베는

유디트가 바로 아르테미시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는데 자화상에서의 그녀는 조금 고집스러워 보이면서도 결연한

표정을 보인다. 자신의 불행한 과거와 평생 싸워야 했던 전사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림에 관한 책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마네의 '풀밭위에 점심식사'는 당시에는 파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여성의 누드화가 대중의 눈길을 끌기도 했겠지만 당시 남성중심의

세상에서 대담하게 세상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길에서 느껴지는 도도함이 불편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내외에 연인을 두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니 더욱 더 그렇다.

마네는 당시에 시선으로 보면 파격적인 화가가 분명하다.

물론 마네 역시 당대에서는 비난을 받고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후 각광받는 화가로 인정을

받는다. 대체로 선각자들의 삶은 고난이 따른다.

 

유명 그림이 실린 책들은 참 반갑다. 세계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나 만날 명작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눈호강인데다 그림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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