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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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가 'only'나 'just'가 아닌 'cut finger'였다.

첫 살인에서는 오른손 새끼 손가락이었다. 20대 거구의 조폭 남자.

두 번째 살인은 '오빠'에 열광하는 사생팬이었던 여고생. 오른쪽 약지 손가락이 절단되었다.

세 번째 희생자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고 다니던 노파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이었다.

도대체 이 연쇄살인자는 순서대로 손가락을 자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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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 단지 연쇄살인마로 떠들썩 해지면서 증권사에 다니는 영민은 숟가락 하나를

얹기로 한다. 고등학교 시절 '찹쌀모찌'로 불리던 영민에게 성추행과 모멸을 주었던 승범을

떠올린 것은 여전히 그 때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의 트라우마로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말도 제대로 못할 만큼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영민은 흥신소를 통해 승범의 정보를 입수하고 하나 둘 살인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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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연쇄살인범은 아가사크리스티의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처럼 십계명 살인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승범은 십계명의 어떤 계율을 적용해야할까.

'살인하지 말라' 엄격하게 말하면 승범은 살인자는 아니었다. 아니 성추행과 학폭이 누구에겐가는 '살인'보다 더한 죄가 될 수도 있다는걸 영민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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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가 된 승범은 딸하나에 아내의 뱃속에 아이 하나가 더 있다면서 살려달라고 매달린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개자식은 역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니 처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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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처리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의 집으로 '단지 살인마'에게 보내는 경고장이

날아든다. 전화번호와 함께. 누가 자신의 살인을 알아챈 것일까.

영민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영민은 다시 흥신소를 통해 전화번호의 주인을 추적한다.

대포폰이었지만 결국 한 사내의 존재가 드러난다.

살인자끼리의 연대감이었을까. 영민은 왜 그 사내를 처단하지 못하고 살려주게 되었을까.

결국 그 결정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데...

           

일단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 살인마의 등장이 신선하다. 이런 연속성이 누구에겐가 숟가락 하나를

얹고 싶어지게 하고. 영민은 완벽하게 모방범죄를 저지른다. 아마도 여섯번째 피해자 승범의

사건 이후에 벌어지는 살인 역시 누군가를 간절하게 죽이고 싶은 사람들이 바톤을 이어받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끔찍함과 시원함이 교차한다.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놈'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웃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별볼일 없는 조폭, 광신도 노파, 사실 죽어야 마땅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누구에겐가는 간절하게 없애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영민은 정말 '죽어 마땅한 놈'을 처단한 것 뿐인데...마지막에 마음이 약해졌던게 문제다.

살인자는 냉정해야 한다. 결국 영민은 연쇄살인자로 탈락감이다. 그래서 그 댓가를 치른다.

아주 흥미있는 주제로 길지 않은 소설을 쓴 최제훈의 능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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