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 - 풀꽃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편지 아우름 50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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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왜 그 무섭다는 중2 여학생이 늙은 시인을 꼭 안고 싶었는지 이 시를 보면 그냥 알게 된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을 풀꽃 하나를 그윽하게 오랫동안 바라봐줄 사람이 있다면

그 꽃은 말을 안해도 더 예쁜 꽃을 피우지 않을까. 사람이야 오죽할까.

잘난 것도 없고 공부도 그저 그런 무명의 아이가 누군가의 눈길을 그렇게 오래 받는다면

나라도 그 시를 쓴 시인을 꼭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든 다 사랑스런 꽃이니까.

 


 

참 시라는게 그렇다. 저렇게 고작 몇 개의 단어로 빚어내는 마법같은 언어가 사람들의

마음에 꼭 박히면 엄청난 힘이 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식이 되니까 말이다.

대체로 시인들은 가난하다. 시 한편에 삼만원이라고 했던 그 시절보다 더 나아졌으려나.

그래도 이 노구의 시인은 어려서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이미 자신속에 고인 언어가 시가 될줄 알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유퀴즈에 등장한 시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맘좋은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도 예전에는 치열했던 열정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중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들이 시가 되었다. 누구에겐가는 상처로 평생 남을뻔한 일이 시가 되고 시인이

되었으니 그를 떠나간 여자들에게 찬사를 보내야할까.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미국 야구에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있다.

그러고 보면 인생도 이 리그가 있는 것 같다. 삶의 주인공이 되어 리더처럼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나처럼 대단한 업적도 없이 그저 그렇게, 아니 어쩌면 많이 부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가 메이저라면 세상은 제잘난 맛으로 엄청 시끄럽고 충돌이 잦을 것이다.

전시장에 화려한 물건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만 그 물건뒤에 숨은 작은 못하나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된다면, 아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삶은 더욱 깊어지지 않겠는가. 마치 시인처럼 말이다.

 


 

삶을 많이 살아온 시인은 여전히 마이너같은 인생들에게, 아직 뭐가 될지 모르는 젊은 인생들에게 조금 천천히 살아도 된다고, 꼭 메이저일 필요는 없다고 다독인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보람있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코로나 확진사태가 심상치 않아 부득이하게 섬에 오래 갇혀 있어야 하는 나날들이

불안하다가 이 책을 읽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넉넉해진다.

결핍과 부족함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에 왜 이리

위안이 되는 것인지. 내 수많은 결핍과 부족함은 나를 어떤 길로 이끌었는지 문득

부끄러워진다. 인생 선배의 다독임에 우리 모두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자.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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