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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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섬에 내려와 집을 지으면서 건축가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지나가다 내가 지은 집을 보면서 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가야하는 집에는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있을테니

내가 지은 집에서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갈 사람들을 꼭 생각해달라고.

 


 

 

결론적으로 내 부탁만큼 잘 지어지지 못했고 지금도 그 건축가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아마도 나를 만날 때마다 그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잘 지어진 집들을 보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많은 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파리를 갔을 때 정방형의 잘 구획된 도시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몇 백년전 이미 다음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 도시계획을 했다고 하니 당시의 건축가들이

참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 최고높이의 빌딩이나 유명한 빌딩을 지은 건축가들은

그 건물들을 만날 때마다 혹은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뿌듯하게 자부심을 느끼지 않겠는가.

여기 이 책의 저자 역시 설계부터 공사하는 현장까지 뛰어다니면서 집을 완성하고 열쇠를

건네줄 때에는 생때같은 자식을 빼앗기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만큼 애정을 쏟으면서 집을 지었다는 뜻일 것이다.

 


 

 

세계 곳곳을 출장 다니면서 만난 건축물들을 보니 그저 콘크리트 덩어리로만 지어진 아파트의 황량함이 부끄러워진다. 미우미우 야오야마 빌딩은 정말 특이한 구조였다.

건축가는 이 철물구조의 건물을 어떤 마음으로 설계했을까. 저 각도의 기울임은 무슨 의미였을까.

이렇듯 지어진 건물에는 건축가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르겠지만.

 


 

 

스페인의 그 유명한 사그리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여전히 몇 백년째 건축중이다.

나도 이 건물앞을 지나갔는데 그 섬세함과 유구한 건축기간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유럽의 유명 성당이나 유적중에는 몇 백년에 걸쳐 지어진 곳들이 많다고 한다.

기술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후세에 남길 역사를 짓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빵집 사장은 세계 어디를 가도 빵집만 보인다고 한다.

건축가는 물론 잘 지어진 집들만 보일 것이다.

더불어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도 떠올릴 것이다.

사람은 고작 백 년을 살고 떠나지만 남겨진 집들은 아주 오래오래 그 전설을 남길 것이기에

쉽게 설계하고 가볍게 짓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뚜벅뚜벅 도시를 누비며 공간들을 돌아본 여정을 함께 하면서 언젠가 이 건축가도 역사로

남길 멋진 건물을 남겼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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