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 엘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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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행운아다.

질병에 걸린 것은 불행한 일이었고 다섯개의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죽음의 신이

곁에 있었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없다.

맹장염은 사실 어려운 질병은 아니었다. 간에 야구공만한 종양이 있었다면 그건

정말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었지만 의료진들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아니 진작 알 수도 있었지만 말하자면 직무유기와 같은 행동으로 한 남자의 삶을

마감시킬뻔 했다.

 


 

 

이 남자는 홀로코스트에서도 두 아들을 지켜낸 폴란드 여자의 아들이었다.

그 대재앙속에서 살아남아 역사학자가 된 이 남자가 의료진에 무심함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다. 남의 얘기일수도 있지만 화가났다. 환자들이 즐비한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거의 코미디수준이었다. 환자들은 생사를 오갔지만 의료진이나 관계자들은 그게 그냥 일상의 하루였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 내가 그 응급실에 있었다면...내 가족이 있었다면...이 남자처럼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당연히 지금쯤 하늘나라에 있었을 것이다.

 


 

 

죽음의 신이 곁을 지키는 동안 남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이 사라진 이후

남을 가족들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감사한건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만큼 정신이 온전했다는 사실이다.

 


 

 

의사인 장인을 두고 있었고 의사 친구도 있었지만 좀 더 힘이 있는 의료진에 연줄을 대지

않았던게 실수였을까. 이 글을 쓰는동안에도 치료를 받고 있고 이 글쓰기가 치료의 일환이라는 말은 말하자면 의료진의 무심함과 직무유기에 대한 고발서라고 생각한다.

연줄을 대지않은 익명의 환자들은 언제든 이 남자처럼 목숨을 걸고 병원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아니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이라는 진단을 받기 전에도 이미 목숨을 담보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말이다.

 


 

 

팬데믹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얼마만큼 달라지는지를 우리는 생생하게

보고 있다. 대처를 비교적 잘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늘 확진자 수가 천 명이 넘었다.

중증환자의 수가 낮아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진의

수준이 높고 잘 따라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운 마음이다.

과연 우리가 미국처럼 대처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나는 이 병상일기를 전세계 수많은 의료인들이 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이 무심하게

생각했던 한 남자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그에 속한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여실하게 느끼기를 바란다.

정말로 다행스럽게 살아남아 이 일기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몸에 여전히 남아있을 균들이 몽땅 사라지고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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