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려거든 길이 되어라
김기홍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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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흰눈이 내린 길에 첫 발자욱을 내고 걷는 일이 부담이라고 했다.

그 발자욱을 따라 뒤에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고 그러면 그 발자욱은 길이 되기 때문에.

묻고 싶다. 이제 인생의 반을 훌쩍 넘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살아보니 살만하던가요? 불행했던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았나요?

이 글을 쓴 저자는 어떤 대답을 해올까. 글을 읽는 내내 왜 난 더 많이 쓸쓸해졌는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부터 파리를 시작으로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다는데

어찌보면 선택받은 사람의 즐거운 해외여행쯤으로 생각했다가 뭐랄까.

쓸쓸한 철학자의 순례길을 함께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살다보면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하지만 억울한 을의 기억들이 너무 아팠던 것일까.

모든걸 정리하고 떠나는 길은 여행이라기보다 순례가 아닌가 싶다.

 


 

 

화려하고 이름난 관광지보다는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곳들에 대한 소회가 더 깊었던 것을 보면

그가 닿은 곳들에서 만난 과거의 시간들은 그에게 고여있던 성찰과 만나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철학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짧게 올려진 프로필에서는 그의 이런 이력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가 만났던 책, 사람, 시...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같은 것까지는.

 


 

 

비쌀것만 같은 크루즈여행을 많이 했다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기회가 많다고 해서

아무리 둘러봐도 방법까지는 나오지 않아 살짝 아쉽다.

내 버킷리스트에 담긴 배낭여행이 불가능한 나이가 되면 크루즈 여행에 도전해보리라

마음먹었던지라. 이제는 노쇠한 몸에게 보내는 위안의 말에는 마음이 찡해진다.

참을성 많은 몸과 정신에게 보내는 다독거림에서 다감한 감수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정말 저런 빌딩이 존재한단 말인가. 댄싱하우스라..이름 한번 제대로다.

정형적인 틀을 벗어난 파격에 놀랍고 저런 파격을 받아들이는 배포가 부럽다.

저자가 여행내내 출현시켰던 세 사람의 이름 중 조셉 캠벨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칼융과 쌍벽을 이룬 사람이라는데...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가. 등장한

인물부터 남다르다. 암튼 여행서가 아닌 철학서를 읽은 느낌이다.

 

이제 더 노쇠한 몸을 이끌고 또 어딘가로 떠날 작정인지.

아직 국경문을 활짝 열기 어려운 시절이라 다음 여행은 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그의 마음속에 그려진 지도위에는 수많은 미션완료 도장이 찍혀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떠났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닿지 못했던 그 길에서 그가 만난 기억들이

부럽다. 나도 누군가에게 길이 되는 그런 발자욱을 남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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