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아버지
장은아 지음 / 문이당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이 이야기가 소설일까.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 수혜는 장애인 아빠도 모른 채 장애인 엄마 밑에서 자랐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성치

않았으니 그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수혜가 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아 도시로 나오게 된다.

 


 

 

엄마는 모질게도 수혜를 자신의 언니네 집앞에 두고 떠난다. 백밤자면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고모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성북동 아버지는 수혜를 처음 만났고

아버지집이 있는 성북동에서 지내게 되지만 성북동어머니의 충격으로 결국 다시 고모네

집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성장한다.

수혜는 누구에게도 환영받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를 임신하고 집을 떠나 타향을 떠돌던

엄마. 이종사촌 동생을 범했다는 오명으로 평생 불명예로 살아야 했던 성북동 아버지.

 


 

 

같은 동네에서 자랐던 태완은 수혜에게 첫사랑이었다.

아버지가 시장통에 있던 첩에게 정신을 뺏겨 자신의 어머니를 버리고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사랑하지 못한 태완. 극악스럽고 무지한 엄마의 집착과 억지스러움에 질린

태완은 묘하게 수혜의 삶과 닮았었다. 둘은 운명처럼 끌렸고 당연히 남은 시간들을 함께

할 것이라 믿었다. 먼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태완을 따라 서울로 올라온 수혜는

태완과 함께하기 위해 성북동이 아닌 자취집을 선택한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이어지는데..

 


 

 

친구라곤 사귀어본적도 없었던 수혜에게 다가온 세아는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천진하고 맑았던 세아의 웃음은 태완에게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했고.

태완과 세아는 결혼을 하고 독일로 떠난다. 남겨진 수혜의 몸에는 태완의 아이가

잉태되었고. 그런 수혜에게 다가온 남자 정섭.

모든 걸 알고도 수혜를 사랑해준 남자 정섭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던 수혜는 성북동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2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떠난다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그랬고, 태완이가 그랬고...그래서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간곡한 고모의 부름을 물리치지 못하고 돌아온 수혜는 그동안 감춰졌던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천형이라고 여겼던 지난날속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자신을 딸처럼 키워주었던 고모와고모부, 더러운 핏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사랑과

용서로 맺어진 인연이었다는 것도.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하게 되면서 대학입학금도 결혼자금도 대주지 못했던 고모부가

통장을 내미는 장면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이런 좋은 분들이 수혜를 키워주셨구나.

너는 결코 외로운 아이가 아니었어. 평생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야 했던 아버지가

정말 어떤 존재였는지도 알게 되었고. 너는 잊혀진 아이가 아니었다.

 

지난 시간 자신이 등을 돌렸던 사람들과, 시간들과 화해하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비로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였는지를 알아가는 여정은 감동이었다.

소설이 아니라면....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면...정말 이런 소설같은 삶도 다 있구나

싶었다. 조금 늦었지만 더 늦기전에 용서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가슴아팠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수혜야 많이 힘들었고 외로웠지만 잘 살아와서

고맙다. 하늘에 계신 성북동 아버지도 분명 흐믓해하실거라고...그러니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