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산책하듯 내 몸과 여행하다
울리 하우저 지음, 박지희 옮김 / 두시의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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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 만큼 돈 안들고 효과좋은 운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누군가 만나기도 어렵고 모여 운동하기도 힘들 때에는 특히 더 그렇다.

10여년 만에 다시 서울로 향하면서 친구들 만나기도 어렵고 살도 좀 뺄 겸 걷기운동을

해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운동화 하나만 있음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기 나처럼 생각했던 독일 남자가 있다. 독일이란 나라가 속한 유럽이야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힘든 것도 아니어서 그랬을까. 그가 걸었던 길은 함부르크로 시작해서 뮌헨을 거쳐

스위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로마로 이르렀다. 하루에 대략 30킬로 정도 걸었고 100여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여정이었다.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했던 그가 어느 날 여든 다섯 살 노인이 건넸던 말을 떠올렸고 용기를

내어 시작해보려고 결정했다. 만약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봄부터 가을까지

더 자주 맨발로 땅을 밟고 다닐 거라고.

건강 프로그램을 보면 맨발로 땅을 밟고 다니는 것이 아주 이상적인 건강법이라고 한다.

어슬렁 어슬렁 걷는 일이 처음에는 쉬워보인다. 하지만 발에 물집이 잡히고 무릎이 아프고

발을 절뚝거리게 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동행없이 자신과 마주하며 걷는 일은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이 남자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다. 도중에 만났던 사람들, 때론 도움을 주고 격려를 보내준 이들과의 시간들이 부러워진다. 그리고 숲에서 보내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들은 또 어떻고. 걷는 일이라는게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그냥 들리고 느껴지는 일들이

많을 것 같긴 하다.

 


 

 

한강변을 따라 용산을 지나 여의도까지 걸으면서 참 좋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한 여름만 아니라면, 아니 한 여름이라고 숲길이라면 정말 오랫동안 걸어보고 싶다.

타박 타박, 그리고 저자처럼 내 발걸음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누군가 말해줬으면 싶다.

그냥 걷는 일도 사실 좋은 걷기법이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교정도 해보고 싶다.

 

때로는 지인들 집에 묵기도 하고 여관잠을 자면서 걷는 여정이 저자에게 퍽 행복한

추억이 된 것같다. 독일 마을마다 건네는 오래된 시간들과 만나고 누군가 살았던 시간들도

만났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을 만나는 그런 여정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갈망이

느껴졌다. 아마도 발은 조금 피곤해지고 피부는 검게 타겠지만 불필요한 살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걸어왔던 시간들속에 고여있던 오래된 노폐물들도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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