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내가 그때의 너를 사랑했다
박견우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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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시심이 있다면 누구든 시인이다.

가뜩이나 시를 써서는 밥먹고 사는 일이 어려운데 굳이 시인이란 이름으로

살기보다 그냥 시가 일상으로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이 시집은 참 특별하다. 그저 시를 적어놓은 시집이 아니었다.

한 남자의 역사가 담긴 역사서라고나 할까. 내가 한 때 열중했던 추억들이 이 책속에 있었다.

오래된 극장표부터 회수권, 누군가와 오간 편지들까지.

어째 이런 것들이 아직 그의 손에 남아있었을까. 무척이나 꼼꼼하고 뭔가 잘 쌓아놓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나도 한 때는 저런 것들이 내 손에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다.

 


 

 

짐작컨대 88학번, 재수를 했다고 했으니 대략 지금 쉰 중반에 이른 나이일 것이다.

그동안 사귄 여대생들이 그리 많았던 것일까. 저 시절 서로 손편지를 나누며 소통했던

여대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뜬금없이 왜 그런 것들이 궁금한지.

 


 

 

연대 캠퍼스는 참 넓긴 하다. 나도 한 때는 그 교정을 많이 걸었었다.

야외 극장에도 가보고 식당이 있었던 건물에도 꽤 자주 갔었다. 지금 그 캠퍼스는 더 넓어졌다.

여고 때 우리 연극반을 지도했던 연대형이 떠오른다.

그 연극반 형들을 만나러 꽤나 드나 들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왜 연극하는 형들이 그리 꾀죄죄 했는지...지금 60대 중반이 이르렀을 그들은 잘 살고들

있는지.

 


 

 

원래 시집은 빨리 읽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보면 또 새로운 책이 되는.

그런데 이 책은 시도 시지만 편지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군가는 이 책의 주인공과 열렬했을 수도 있고. 예쁜 손글씨에 마음마저 뭉클해진다.

 

정말 그 때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감정들이 어떻게 식어버리고 열매를 맺지 못했는지

가물가물한 추억으로 남았다. 제목처럼, 그 때의 내가 그 때의 너를 사랑했겠지만.

아마도 이런 사랑이 여러번 지나갔을 것이다.

그랬던 사랑들은 지금 여기 추억으로 기록되었다. 대단하다. 이 수많은 추억의 흔적들이.

읽으면서 나도 잠깐 지나간 시간속을 걸었다. 나를 스쳐갔던 몇 번의 사랑들도 나를

찾아와 머물다 떠났다. 아마도 이 시인은 멋지게 나이들었을 것이다.

누군가와도, 어떤 것들과도 허투루 하는 시간들이 없었을 것 같은, 그래서 시들도

주인 닮아 많이 진솔했다.

 

 

 

* 이 책은 책방통행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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