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온기 -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작가의 숨
윤고은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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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란 이름에는 왠지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여리고 예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태어나 누구에겐가 부여받은 이름은 어느 순간 이름의 뜻이 각인되어 운명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게 이름 짓는 일에 혼신을 다하는지도 모른다.

이 작가의 작품은 읽은 기억이 없다.

 


 

주로 에세이류는 편하게 선택하는 편인데 무심코 펼쳐진 책을 읽다가 갑자기 다시 앞으로 회귀하여 작가의 얼굴이며 프로필을 유심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랬다.

심지어 검색도 해봤다. 왜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없었지?

나 역시 자가운전보다는 지하철을 애용하는 사람으로서 동지감마저 팍팍 느껴지는 책이다.

 


 

처음엔 L이 단순한 룸메이트인줄. 읽다보니 남편인걸 알았다. 그저 무심하게 L이라고 하다니

아마도 결혼생활도 그만큼이나 시크할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이렇게 겁도 좀 많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똘끼까지 있는 아내와 사는 일은 재미있을 것도

같다. 나도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란 그룹의 이름은 처음이다. 요즘 그런 그룹이 뜨나봐 했던

아내에게 '30년 전에 해체하셨소'하는 장면에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어느 날 무심코 팍 꽂힌 음악을 하루종일 흥얼거릴 때가 있다. 나중에 좀 지겨울 만큼.

라디오 디제이를 하니 음악이야 누구보다 많이 알 것이고 많을 들을테지만 소개한 음악들은

하나도 모르는 나는 그저 'Run to you'를 DJ DOC의 음악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역시 좀

저렴한 음악애호가처럼 느껴져서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이 섬세한 디제이의 음악을 검색

하면서 들어보고 싶다.

 


 

ㅎㅎ 작가는 참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은 귀절이 너무도 많다. 경기남부에서 경기북부까지 1시간 30분의 시간들이 지겨울 법도 하건만 이렇게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에서 지루할 틈도 없다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프리미엄 지하철이라...한 칸은 운동시설, 미용실, 식당칸에 맛사지실이라니..

상상이야 돈들일도 없고 간섭도 없으니 그야말로 자유아닌가.

그런 세상을 같이 상상하고 있자니 어찌나 즐거운지 모르겠다. 지하철의 저렴한 요금보다 이게 더 사업적 이득이 많지 않을까. 지하철공사에서 모셔다 자문좀 받아야 하는건 아닐지.

 

나 역시 땅속에만 있다가 하늘이 보이는 공간을 지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아 날씨가 이랬던가. 한강 물빛이, 유속이 때마다 다르고 구파발에서 지축역까지는 산과 들이 푸르러서 행복해지곤 한다. 물론 난 매일 출퇴근사람처럼 만나는 풍경이 아니라 더 반갑겠지만.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여백이 있다면 좋겠다. 매일매일 전쟁처럼 살아가는 현실에서 잠시 '틈'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 틈에 온기까지 더하면 좀더 행복해질텐데..

많이 웃고 죽어가던 상상세포를 살려내주는 책을 만나 이 작가의 작품들을 섭렵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한다하는 작가들의 추천사를 썼는지 알게된다. 지하철 여행 행복했어요. 고은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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