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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이 더 늦기 전에
새벽보배 글.사진 / 행복우물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내 버킷리스트에는 아직도 더 늙기전에 아이들과 배낭여행하기가 담겨있다.
코로나를 핑계로 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났다고 해도 쉽게 이루어질지
알 수없다. 일단 아이들이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가 문제고 늙은 엄마랑 과연 함께 여행을
떠나줄까가 더 문제이다. 그런 내 망설임에 불을 확 끼얹은 책이 바로 여기 있다.
책 표지 제목 밑에 효(孝)자가 자리잡고 있기에 왜 이런가 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알게 되고
보니 서른 중반에 이른 딸아이와 이제 스물 중반에 접어든 아들녀석에게 이 책을 확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너무 과격한가. 아니다. 아이들은 아주 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곱게 받아들고
아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왜 효(孝)자가 적혀있는지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물론 이제 무릎도 시원찮고 영어도 어눌한 엄마와의 여행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도 그랬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럼에도 씩씩한 엄마와 함께 저질렀다. 때로는 싸워가면서.
그래도 엄마 참 멋지다. 주눅들지 않고 궁시렁거리는 딸내미를 이끌고 프놈펜거리를 활보하지 않나, 누린내나는 양고기에 질려 소고기좀 먹자고 순진한 가이드를 저렇게 설득하지 않는가.
저런 엄마와 다닌다면 때로 힘은 들겠지만 얼마나 재미있을까. 내 아이들도 용기좀 내야하지 않나.
비행기표는 어디가 싸고 어느 계절이 좋으며 맛집은 어디더라는 얘기는 그닥 없다.
독일에서 당한 절도사건이 그나마 여행에 큰 팁이 된다. 독일사람들은 근엄하고 도덕적일 것
이라는 편견이 여지없이 깨진다. 아하 미리 타이어를 빵구내놓고 저런 쇼를 한단 말이지.
그러고보면 자동차 AS 기동팀도 우리나라처럼 빠르고 친절한 곳은 없다는 걸 실감한다.
저런 사깃군에 속아 가방을 잃어버리고 동동거리는 와중에도 저자는 같이 간 엄마 걱정이
더 크더란다. 자신만 당하면 좀 덜하겠는데 그걸 지켜보는 엄마가 더 부담스러웠겠지.
혹시라도 위험하지 않을까 했던 패러세일링도 다이빙도 부모님이 더 즐겁게 즐기더라는
말에 '나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자신이 반성하게 되더라는 말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아이들아 들었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다. 더 늦기전에 결단해다오.
둘째 딸로 태어나 어떻게든 인정받아보겠다고 노력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독립심도 생겨
이제는 이 포지션도 괜찮겠더라는 말이 참 기특하다. 돈 모아 결혼하겠다고 욕심도 낼법한데
더 빨리 여행을 보내드리지 못했던 일들을 반성하다니...어찌 이런 딸이 있을까.
부럽다. 발레를 했다는 엄마 역시 여전히 발랄하고 행복해보여서 좋다.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솜씨 좋은 딸이 이 책을 쓴 것도 좋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같이 했던 여행에 대한 글을 써보면 어땠을까. 또 다른 감동적인 글이 나올 수 있을텐데 하는.
단숨에 읽을만큼 재미도 있고 부러운 책이었다. 이 세상에 모든 자식이 읽어야 할 베스트셀러.
안되면 이 세상에 모든 부모들이 슬며서 아이들 방에 들여다 놔야 할 책이다. 암만.
가끔 엄마의 서평을 읽는 딸아. 곧 건네주마. 그리고 기다려보마. 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