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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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류가 가난했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번영을 누리는 시절에도 또는 잘 산다는

선진국이면서도 불공평한 일들은 여전히 일어난다.

믿었던 배우자가 자신의 상사와 바람이 나고 두 딸과 함께 집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빠진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장난감 총-분명 장난감총으로 보이는-을 들고 은행강도가

되기까지 그건 다 남의 얘기라고만 생각했었다.

 


 

두 딸을 학교에 보내고 권총을 들고 은행에 뛰어 들어 '6천 5백만 크로나'를 내놓으라고 소리쳤던 은행강도는 나중에서야 그 은행이 현금이 하나도 없음을 알아차렸다.

요즘에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해도 현금이 하나도 없는 은행이라니..믿어지는가.

암튼 현금탈취에 실패한 은행강도는 은행을 뛰쳐나와 마침 오픈하우스중인 아파트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인질극이 시작되었다. 은행강도는 정말로 인질극을 벌인 의도는 없었다. 장담하건대.

 

그저 집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은행강도가 들이닥친 것은 누가봐도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이다.

하고 많은 장소중에 왜 그 사람들이 있는 아파트였을까. 운명이었을까.

동성커플인 부부, 한 때는 잘나갔던 애널리스트인 아내가 이제는 너무 늦었겠지만 부동산 투자에 재능이 있는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함께 투기에 뛰어든 부부.

딸의 집을 구해주기 왔다는 노부인과 오랫동안 은행에 근무해왔던 사라.

사실 사라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지구 반대편 어느나라에서 시작된 금융사태로 모든 재산을 잃게 된 남자가 다리에서 뛰어내린 사건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사라는 수면장애와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그 병을 극복하기 위해 찾아낸 처방이 바로 오프하우스 여행이었다.

 



우연하게도 그 오픈하우스 아파트에 보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 그랬을까.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다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간다.

코로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닥쳐올 불황과 경제위기는 또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취직하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걸 지켜봐야하는 부모들도 그렇다.

그저 살아가야 하니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도 그랬다.

어설픈 은행강도도 그렇고 인질이 된 그들도 그렇다. 하지만 인질들은 어설픈 은행강도의

사연을 듣고 그를 돕기로 한다. 그야말로 스톡홀름 증후군이 아닌가. 역시 스웨덴 소설답다.

 



 

그리고 은행강도를 구하기 위한 무대가 펼쳐진다. 심지어 은행강도를 잡으러 온 경찰까지

합세하다니. 놀라지 마시라. 사실 은행강도의 이름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치밀하게 은행강도를 보호했다는 얘기다. 더구나...은행강도가 어떤 인물인지 반전을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한심한지 확인하게 된다.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 답다. 그의 소설은 늘 그렇다. 아무리 미리 대비해도 당한다.

추리소설에서만 이런 반전을 끌어다 쓰는건 아니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사람들의 이야기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한 세상임을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그냥 흩어져있을 때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던 퍼즐 조각이 자신이

속할 자리를 찾아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 가치가 생기는 것 처럼 여기 모인 인질들과

엉뚱한 경찰과 독자까지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 그런 감동스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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