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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독서의 기쁨중에는 크게 기대없이 시작했던 책의 말미에 내가 울고 있는 걸 느낄 때이다.
인생은, 우리의 삶은 분명 내가 선택한 것만 같았는데 지나고 보면 어떤 힘이 나를 이끌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여기 이 소설에 나온 주인공들의 삶도 그랬다.
너무나 아름답고 착한 심성을 지닌 니나도 성실하고 우직했던 톰도 그들의 아이들도 그랬다.
미국이란 나라가 사실 이민자들의 나라이고 다문화의 나라인지라 인종차별이나 계급사회가
아닐 것이란 그동안의 편견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을 보면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바에서 만난 브라질 여자에게 반했던 톰은 바로 그날 같이 잠자리를
하고 얼마 후 그녀와 결혼을 했다. 톰은 이제껏 그녀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남미의 열정을 지닌 그녀는 딸아이를 낳고 엄마보다는 자신의 삶을 즐기다 떠났다.
그렇게 톰은 싱글대디가 되어 라일라를 키웠다. 라일라는 아름다웠고 똑똑해서 상위계층만
다닌다는 윈저아카데미에 입성했고 엄청난 학자금까지 지원받았다.
그런 라일라에게 위기가 닥쳤다. 내노라하는 집안의 외동아들인 핀치를 남몰래 좋아했던 라일라는 그의 파티 초대에 들떠 아빠인 톰을 속이면서까지 참석했지만 정신을 잃고 부끄러운 사진을 남기게 된다. 유두까지 드러난 헤픈 여자처럼 보이는.
라일라는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톰은 딸에게 무언가 사건이 일어났다고 직감했고
그 사진은 윈저커뮤니티에 들풀처럼 퍼졌다. 그 파티에 참석한 아이들은 이제 위기에 빠진 것이다.
누가 그 사진을 찍었고 퍼뜨렸을까.
그럼에도 라일라는 핀치를 원했고 핀치를 좋아했던 폴리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진 한 장이 시작이었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떡하든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도한다.
톰과 니나만 빼고. 톰도 십대 시절 연상의 상류층 여자가 자신을 농락했던 기억이 있었고
니나역시 사랑했던 첫사랑을 어이없는 사건으로 이별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10대들은 자신의 소중한 순결을 멋지게 떼어버려야 한다는 시대에 니나와 첫사랑인
테디는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니나는 그 사건이후 원치않은 이별을 선택한다.
그래서일까 톰과 니나는 자신들의 아이들이 겪은 사건에서 유일하게 정의로운 선택을 한다.
니나가 그토록 사랑하고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 핀치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배경에는 오만한 아빠 커크가 있다. 니나는 커크가 멋진 남자였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건이후 커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미국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뭐든 돈과 권위로 해결하려는 부류들. 그들 밑에서 잘못된 의식을 가지고 자라는 아이들.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은 그들에 의해 상처받고 부당한 삶을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용기있게 정의를 향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 소설의 마지막은 해피앤딩이었다.
결국에는 진실된 사랑이, 부모의 사랑이, 분명 사랑이긴 하지만 정의로운 사랑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아름답고 감동적이 소설이다.
니나의 말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은 없다. 그녀의 믿음이 아들을 구원했다.
부와 명예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자신의 삶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해답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