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실카의 여행

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그 사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나치의 만행. 그들에 의해 홀로코스트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목숨들. 가스실로 끌려가는 사람을 선별해야 했던 열 여섯의 소녀 실카.

그녀는 체코에서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살았던 사랑스런 막내딸이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홀로코스트로 끌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심지어 실카는 엄마까지도 가스실에 끌려가는 걸 봐야했다. 실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곳 사령관의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전쟁은 끝났고 그녀는 나치의 여자였다는 이유로

다시 소련의 수용소로 끌려간다. 운명은 그녀에게 원치 않았던 여행을 강요했다.

살아남기 위해 나치에게 몸을 팔았던 것은 죄였을까. 아님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열 여섯의 소녀는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잣대는 그녀에게 죄라고 말했다.

수용소에서도 그랬다. 나치의 여자라는 소문은 실카를 따라다녔고 언제든 돌멩이가 날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실카는 강했다.

몇개 국어를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정신력이 뛰어났다.

뭐든 익히는게 빨랐고 그래서 더 눈에 띄였다. 수용소는 더럽고 추웠고 위험했다.

실카의 곁에는 연약한 조시가 있었다. 조시는 너무 약해서 실카가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조시를 뜨거운 난로쪽으로 밀었고 손에 화상을 입은 조시를 의무실로 데리고 다니던

실카는 여의사 엘레나에게 발탁되어 간호일을 하게 된다. 이제 조금의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수용소의 남자들이 여자를 강간하기 위해 그녀들의 침대로 찾아오고 조시는 임신을 하게 된다. 실카는 조시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조시는 건강한 여자아기를 낳는다.

하지만 수용소의 여자들이 아기를 낳으면 아기는 2년후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실카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위험에 빠진 그지역 사령관의 딸을 두 번이나 구하게 되고 그 댓가로 조시와 아기에게 자유를 선사하게 된다.

몇 번의 겨울과 봄과 백야가 있었고 실카는 주변으로 부터 인정을 받고 자신에게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사랑이 다가온다. 실카는 탄광이 무너지는 현장으로 출동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다.

소련의 정권을 바뀌고 수용소의 사람들도 하나 둘 석방된다.

자신을 돌봐주었던 엘레나는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되고 실카는 이제 혼자가 된다.

준비된 여행도 아니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따르는 여정이었다.

내가 실카였다면 전기가 흐르는 수용소의 울타리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실카처럼 산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실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홀로코스트의 지옥같은 기억이 그녀를 괴롭혔지만 굴복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소설을 실제 존재했던 실카와 그 주변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썼다고 한다.

실카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곳을 조사하고 그녀와 함께 여행을 했다.

그리고 이제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실카의 이야기가 이렇게 살아났다.

끔찍한 역사에서도 살아남았고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실카의 삶이 빛난다.

그녀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실카의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실카 너를 잊지 않을게. 영혼은 고결했던 소녀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