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보는 이야기
윤주연 지음 / 한평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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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에게든 찾아온다는 사춘기. 피가 끓어 어딘가로 튀어버릴 것 같은

시간들. 그 시간들을 잠재우기 위해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버텼던 기억들이 있다.

진아도 그랬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외로웠고 괴로웠고 그 시간들을 끝내고 싶어 죽음을 떠올리곤 했다. 그런 진아에게 동우가

왔다.

 


 

이 세상에 오직 그와 나만 있는 것 같은 시간들이 흐른다.

동우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가끔 유통기한을 갓 넘긴 빵이나 우유같은 것들을 진아의

사물함에 넣어놓곤 했다. 진아의 사물함에는 '죽어라'는 낙서가 있다.

예쁘다고 말해준 사람은 동우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진아는 정말 자신이 예쁘다고 믿었다.

 


 

서로가 버틸 수 있었던 시간들. 하지만 항상 불안하기도 했다.

동우에게 예전 학원에서 만났다는 여자애가 나타난 날도 그랬고 갑자기 동우가 사라진

날에도 그랬다. 외나무 다리위에서 흔들거렸던 시간들. 그리고 농담처럼 전생에 웬수였을 거라고

말하던 동우.

 


 

그냥 평생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몸과 마음이 떠나버렸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이제 형체조차 없고.

 


 

누군가를 끌어안을 수 있으려면 내 품이 따뜻하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걸 그 땐 몰랐다.

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거냐고 묻는 장면에서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스무 살? 아니면 언제일까?

동우의 대답이 아프다. 자기 부모님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더 정확히는 부모가 나를 더 이상 지켜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봄은 짧아서 더 간절해진다. 꽃은 한 계절 잠시 머물다 흩어져서 더 고운지도 모른다.

동우와 진아의 시간들도 그렇다.

바람처럼 꽃처럼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아팠기에 더 아름답게 남는 것일지도.

 

나도 건넜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건넜을 그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수많은 동우와 진아에게

그래도 언젠가 그 시간들이 아름답게 남더라고 말해주고 싶다.

 

 

* 이 책은 책방통행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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