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 보면 청청벽력과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중년의 레이너와 모스가 그랬다. 절친이라고 믿었던 친구의 권유로 투자를 했었고

투자했던 회사는 도산했다. 투자금을 잃은 것만도 기가막힌데 그 회사의 부채마저

떠안아야 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후 몇 년간의 법정공방이 있었고 법은 부부의 모든

재산을 압류했고 그들은 파산했다. 결국 압류 집행관들이 그들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집에서 쫒겨나게 된 레이너는 이삿짐을 꾸리면서 '500마일을 걸어서'라는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이 결국 집도 돈도 모두 잃은 중년의 부부가 배낭을 꾸려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

그러니까 SWCP를 걷게 된 도화선이 되었다. 이제 부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소한의 짐을 꾸려 길을 집삼아 걷는 일 밖에 남아 있는게 없었다.

 


 

이런 위기를 맞은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아무 희망없이 노숙자가 되거나 자살을

하거나 파산선고를 하고 다시 열심히 일하거나.

하지만 길을 걷게다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왜 두렵지 않았을까. 모든 것을 다 잃고 다시 일어설 힘조차 없는 중년의 나이에 더구나 남편 모스는 이름도 해괴한 불치의 병 '피질기저퇴행'진단을 받았다. 엎친데 덮인 격이었다.

 

오랜 계획을 했고 준비했던 배낭여행이 아니었다.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그들은 걸을 수밖에 없었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걸었던 길에는 배고픔과 추위와 더위와 벌레들과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배낭여행자들이 있었다. 쌀과 국수로 연명하고 차가운 대지위에서 텐트를 치고 잠들었다.

그렇게 걷지 않는다면 죽음밖에 선택할 것이 없었으므로.

 


 

레이너는 떡진 머리와 더러운 몸을 이끌면서도 남편을 포기하지 않았다.

약을 먹지 않으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남편을 떠나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이너에게 남편은 그녀의 전부였다. 물론 이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두 아이도.

 

때로는 친절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노숙자를 경멸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면서

둘은 걸었다. 비바람과 추위가 그들을 따라왔다.

그럼에도 그 길에서 그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어딘가 길위를 걷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점점 죽어가는 남편은 그녀에게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울컥해진다. 하지만 모스는 대학입학을 결정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다.

'거북이와 함께 하는 여정'이라고 예언했던 남자의 말대로 그들은 느리지만 성실하게 그 길을

걸었고 그 길의 끝에서 희망과 만난다.

 

쉰이란 나이는 많다고도 젊다고도 할 수없는 나이이고 뭔가 시작하기에도 끝내기에도 어정쩡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을 가진 것이 없는 채로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여행서도 아니고 처절한 극복기이다.

누구든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해답서이기도 하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카페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