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정에서 놀라운 것은 당시 티벳의 핀첸라마를 만난 것이다. 조선은 숭유억불정책으로
불교를 멀리하고 있었기에 부처의 환생이라고 불리는 라마를 만난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금불까지 선물로 받게 되니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에는 이 불상을 건륭이 하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저자는 이 불상이
핀첸에게서 선사받았다고 전한다. 사신일행들은 이 불상을 조선에 가지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왕의 선물을 버릴 수도 없어 상당히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연히 성균관 유생들은 불같이 일어났다고 한다.
참나 성리학이 조선에서는 그리 중한 사상이었던 것이다.
'열하일기'가 여정을 담은 기행문인지 소설인지 아리송한 구석이 있긴 하다.
완전한 픽션은 아니고 박지원의 직접 보고 경험한 것만 적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사료적인 면에서 그 가치는 조금도 감해지지 않는다는 견해에 동감한다.
정조의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교적인 면에서는 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에 의례적으로 보냈던 사신 이외에도 가끔 의외의 사신행렬을 중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청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왕의 면을 받고 넉달이상의 여정을 견뎌야 했을 사신들의 고충이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건륭 황제의 칠순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사신들의 여정을 보니 당시 청과 조선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잔치는 어떤 모습이었고 선물로 주고 받은 것들은 무엇인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