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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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 무지개 샛강근처에 있는 고래반점에는 까칠한 아빠 용팔이가 산다.

아내인 영선과는 보육원 동기로 고2가 된 동현이와 초등학교 6학년인 동배, 이렇게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집 배달일을 시작으로 이제는 중국집

주인장이 된 용팔은 소설을 쓰는게 꿈이다.

 


 

험한 세상을 헤쳐나와서 그럴까 용팔이는 세상일에 다소 부정적이고 도전전이다.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영선은 마음이 아프다. 그의 가슴속에 가시하나가 콕 박혀

있는 것 같아서다. 부모를 잃고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된 어린 남매가

짜장면이 먹고 싶어 찾아오자 마치 자신이 남매의 옛날 친구인 것처럼 꾸며 아이들에게

짜장면을 먹인 인정많고 지혜로운 아내이다.

용팔이는 그렇게 정이 헤퍼서 언제 집을 사느냐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버려진 고양이를

돌보며 안타까워하는 여린 마음이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고래반점의 오랜 단골이기도 한 인하는 용팔과는 말이 통하는 절친이기도 하다.

전직 교사이지만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 인하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답게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고 책을 많이 읽어 식견이 높은 용팔을 좋아한다.

그런 인하가 어느 날 소개팅 자리에 함께 나가달라고 부탁을 한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정인과 소개팅에서 만난 인하는 정인과 애틋한 연애를 시작하고.

마침 가게 월세계약이 끝나가는 용팔은 집주인인 최대출에게 호출된다.

건물이 여러곳에 있는 벼락부자 대출은 거들먹거리면서 용팔의 아들 동현이 자신의 딸인

서연이 주변을 맴돌고 있으니 주의를 주라고 당부한다. 그러지 않으면 쫓아낼 것처럼.

서연은 전교 1등을 하는 수재이고 동현과는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하다. 동현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 교사는 공부를 못하면 찌질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윽박지른다.

정말 공부를 못하면 저급한 인생을 살게되는 것일까.

 


 

용팔은 수시로 스프링 수첩과 볼펜을 꺼내 그때 그때 생각나는 문구를 메모한다.

언제든 자신의 글이 세상에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용팔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많은 지식과 세상물정을 공부했다.

나름 사상에 대해서도,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나름의 사고도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그는 불쑥불쑥 울분을 터뜨리고 부정적인 사고로 아내인 영선을

힘들게 한다. 그가 메모하거나 인하와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것들, 혹은 알았다고 했지만

엉성한 지식과 심지어 철학까지 알게 된다.

그만큼 용팔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많은 것을 구축한 남자이다.

하지만 저급한 부자 건물주 최대출과의 대비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급사회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사춘기 아이들의 첫사랑이 애틋하지만 불안하다.

최대출은 자신의 딸 서연에게 연정을 품은 동현을 주시한다.

서연은 자신은 물론 엄마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 대출을 죽이겠다고 고백한다.

가정의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서연은 알고있다. 엄마는 그래서 떠났다.

 

아주 깜깜한 어둠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꺼져가는 시력속에서도 간절하게 사물을 보고 싶어하는 인하와 정인은 오히려 그런

바다를 느낀다. 소리로, 냄새로.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의 글에는 감동이 있고 무관심을 고발하는 채찍도 있다.

공부를 못하면 찌질이가 된다는 편견에 도전하는 동현과 서연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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