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은 수시로 스프링 수첩과 볼펜을 꺼내 그때 그때 생각나는 문구를 메모한다.
언제든 자신의 글이 세상에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용팔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많은 지식과 세상물정을 공부했다.
나름 사상에 대해서도,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나름의 사고도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그는 불쑥불쑥 울분을 터뜨리고 부정적인 사고로 아내인 영선을
힘들게 한다. 그가 메모하거나 인하와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것들, 혹은 알았다고 했지만
엉성한 지식과 심지어 철학까지 알게 된다.
그만큼 용팔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많은 것을 구축한 남자이다.
하지만 저급한 부자 건물주 최대출과의 대비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급사회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사춘기 아이들의 첫사랑이 애틋하지만 불안하다.
최대출은 자신의 딸 서연에게 연정을 품은 동현을 주시한다.
서연은 자신은 물론 엄마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 대출을 죽이겠다고 고백한다.
가정의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서연은 알고있다. 엄마는 그래서 떠났다.
아주 깜깜한 어둠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꺼져가는 시력속에서도 간절하게 사물을 보고 싶어하는 인하와 정인은 오히려 그런
바다를 느낀다. 소리로, 냄새로.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의 글에는 감동이 있고 무관심을 고발하는 채찍도 있다.
공부를 못하면 찌질이가 된다는 편견에 도전하는 동현과 서연의 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