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눈떠보니 서른

눈떠보니 서른 - 인생의 변곡점을 건너고 있는 30대를 위한 34가지 조언
강혁진 지음 / 토네이도 / 2021년 3월

서른에 근접하거나 이미 지나온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서른에 이르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는가?

이 질문을 나에게 돌려본다면 서른 이후 다시 그만큼의 시간을 살았던 것보다

길게 느꼈다고 대답하고 싶다. 내 기억이 시작된 어린 시절 이후 서른에 이르는

시간이 꽤나 길다고 느껴진 것은 그 시기가 나에게 퍽 고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이란 나이에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먼 친한 여고동창이 내가 여고를 다닐

그 무렵 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라고 떠들었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서른을 살고도 두 배쯤을 넘겨 사는 동안에도 그럼에도 다시

그 서른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사이 겪었던 삶의 고단함들이 다시 떠올라서이기도 하고 돌아간들 그 일들을

다시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정답을 알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긴

하지만 닥쳐올 위기를 안다고 해도 그걸 뛰어넘을 지혜가 있다해도 또 새로운 어려움들이

기다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서른이란 나이는 생물학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른'이다.

우리의 서른은 그랬다. 사회적으로 안정도 되고 결혼도 하고 조금 이른 사람들은

아이가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의 서른은 우리의 스물 셋 정도에 있다고 느껴진다.

분명 살기에는 편해졌지만 뭔가 불안한 시대에 서있는 서른들이 너무도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좋은 대학을 나오면 적당한 회사에 적을 두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열심히 일하면 십 몇년 후 집 한칸은 마련이 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직장을 잡고 연애를 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결혼은 지당했다. 지금은 다르다.

이 모든 다름이 불안의 요소일 것이다. 직장도 결혼도 집도 다 내 것이 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이십대보다 더한 불안을 느끼는 시기가

바로 서른 무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몇 차례의 쓴맛도 경험해보고 다시 선택된 길에

자신도 있을 법한 시기인데 말이다.

그 서른즈음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조언은 때로 위안이고 때로 가혹하다.

자신도 지났갔던 그 길에서 방황하는 서른들에게 건네는 말은 상투적일 수 없다.

많은 서른즈음의 사람들은 이직을 고민하고 결혼을 고민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하다.

위안같기도 하고 채찍같기도 한 저자의 말에 나는 큰 공감을 느낀다.

내가 지나왔기에 인생선배이기에 말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서른은 1년의 한 분기처럼 한 분기가 지나고 제2분기에 들어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두번의 분기가 남았고 그 두번의 분기를 어떻게 살아낼지 결정되는 순간이 서른이다.

서른 중반에 서있는 내 아이에게 아직도 여전히 흔들리는 누군가의 아이들에게 읽히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