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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고픈 병원의 진짜 이야기 - 느긋하게 읽는 재미있는 의료에세이
이치하라 신 지음, 정나영 외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1년 3월
평점 :
우선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부터 말하고 싶다.
오랫동안 의사를 상대하는 사업을 하다보니 누구보다 의사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만약 내 아이가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면 반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사실 의사만큼 고단한 직업도 없다. 수련기간도 너무 길고 과정도 쉽지 않다.
그렇게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선생님'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환자들이다. 말하자면 좋은 기운을 받을 일이 부족한 것이다.
종합병원이나 동네병원이나 웬만한 노동자들만큼이나 근무시간이 길다.
다만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료해주는 직업 자체로만 보면 참 존경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선생님'이란 말로 보답하는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병원에 갈일이 참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 더 그렇다.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면서 왜 의사들은 겸손하지 않은걸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
너무 일찍 '선생님'이란 말에 갇혀버린 것일까. 여기 저자의 정통의료에 대한 정의가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가장 맞는 치료법을 함께 생각해주는 것'
저자 역시 의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사'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의사니까 씀씀이도 헤프로 명품은 당연하다는 식의 편견들.
처음 경차를 사고 주변사람들에게 핀잔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의사가 웬 경차?
적어도 외제차는 타주어야지. 글쎄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이니까 편한 차를 타면 좋겠지만
연봉을 많이 받는 직업이니 당연히 외제차를 타야한다는 생각은 참 별로다.
그래도 어쨌든 수많은 의료인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의료수준이 발전되어 온 것만은
부정할 수없다. 지금 이 코로나 시대에 목숨걸고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야 어찌 숨기겠는가.
대학병원을 가야할지, 동네병원을 가야할지 같은 고민에 대한 해답도
의사가 아프면 어떻게 하지? 같은 궁금한 점에 대해서도
아주 솔직 담백하게 고백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진심과 위트가 느껴진다.
이런 의사들이 많아진다면 환자들이 더 편안하게 병원을 방문하지 않을까.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의 현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의료업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를 지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인지 궁금해진다. '선생님'일 수는 있지만 '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