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니 무슨 뇽이니 하는 용어도 낯설고 3000원 안팎이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주가 나는 더 좋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자신은 술을 싫어한다고...고작 일주일에 두어 번만을 마실 뿐이라고 자꾸 항변하는
모습도 귀엽고 너무 신이나서 자신의 가진 와인의 모든 것을 술술 풀어놓는 모습에
열정이 느껴져 그냥 와인에 대해 잘못 알았구나 하고 수정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니 몇 번의 와인경험에서 내가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술이든 미지근한 술은 맛이 없다. 그런데 왜 와인을 시원하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뚜껑을 열어두고 산소와 만나 탄닌을 날려버린다고는
더 생각하지 못했으니 와인 탓이 아니라 내 잘못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만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나는 저렴한 술이 좋다. 물론 포도주를 증류한 코냑은 내가 너무
애정하는 술이다. 거금이라 일 년에 한 번 정도밖에 사지 못하는게 문제지만.
등짝 스매싱을 견디며 아내와 나누는 소소한 와인-때로는 안 소소한-셀럽의 모습에
행복을 보는것 같아 나도 행복해졌다.
아마 저자는 알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어디에서 빵 웃음이 터졌을지.
여덟 살 둘째가 물 잔을 한참 스월링 하더니 하던 말.
"음 열렸네." 뭐가 열렸는지는 읽은 독자들이 잘 안다.
열한 살 첫째는 어떻고.
"난 아직 안 열렸는데도 맛과 향이 좋아."
맹자의 어머니가 왜 그리 이사를 다녔는지 여기 산교육이 있다.
아마도 그 두 딸은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진심으로 저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장담한다. 더불어.
전시장에만 있는 와인을 조만간 저자가 알려준 방식으로 시음해볼 요량이다.
난 저자가 이 글을 읽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바,
그 포도주의 맛이 그동안의 내 선입견을 불식시킨다면 꼭 그 사실을 이 글뒤에
첨언할 예정이다. 그러니 조만간 다시 들러주시길.
P.S. 작가인 아내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아서 기어이 아내의 프로필을 검색했다는 것도
첨언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