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미술관 - 자기다움을 완성한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
정하윤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면서 문득 인류의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화가들의 대부분이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크게 생각해보니 않았던 주제였다.

하긴 어느 분야든 여성이 더 앞서갔거나 압도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조선의 삼종지도처럼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지위는 비슷하게 순종을 강요했고

아이나 키우고 살림이나 하는 존재처렴 여겨왔다.

그러니 그런 시대에 특출난 재주를 지니고 태어난 수많은 여성들은 오죽했을까.

 


 

신사임당은 그나마 조금 대접을 받았고 허난설헌은 기어이 홧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마 세계 곳곳을 헤집어 보면 그런 여성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중 그림과 사랑에 빠졌던 여성화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차라리 나처럼

재능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래도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여성화가는 프리다 칼로가 아닌가 싶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사고까지 당하면서 평생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화가로,

바람둥이 남편과 자신의 동생이 바람이 나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던 화가로

기억되는 그녀의 작품을 보면 그런 아픈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마지막 작품에 쓰여진 '비바 라 비다'라는 문구에 울컥해진다.

 


 

프랑스의 마리 로랑생의 이름은 생소하다. 쟁쟁한 당시의 남성화가와 어울리면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는데 그림에 문외한이어서 그런가. 낯설다.

그럼에도 그녀의 작품은 참 맘에 든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그림이 안개처럼

몽환적이고 신비스런 느낌마저 든다. 그나마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실용분야에 적용시킨 소니아 들로네도 대단하다.

전쟁으로 인해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림보다는 실용적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역시 여자는 현실에 막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 멋지다.

앤디 워홀보다도 앞선 선각자라니...그럼에도 그녀의 이름이 생소한 것은 참 아쉽다.

 


 

다른 나라의 여자화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 여성화가로는

천경자나 김점선 정도다. 나혜석도 기억난다. 이성자나 정강자같은 이름은 처음 들었다.

작품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멋지다. 잘짠 직물같기도 하고 하늘위 구름을 그린

작품에서는 호기심 많은 소녀같은 마음도 느껴진다. 이런 화가들을 모르고 있었다니.

 

시대와 상관없이 그림을 그려 삶을 꾸리고 산다는 것은 참 힘들다고 한다.

고흐같은 대가도 동생 테오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밥을 굶을 정도였다.

가뜩이나 인권이랄 것도 없는 시대에 태어난 여자 화가들의 모습을 보니

세상의 편견과 맞서는 전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실린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많이 행복했다. 다만 그림 밑에 제목이 같이 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