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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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인생이 소설이나 드라마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책을 읽다가 이건 그냥

소설이기만 했으면 하는 순간도 있다. 이책이 그랬다.

너무 생생한 현실이어서 제발 이 비극은 그저 책속에만 존재하는 허구였으면 했다.

같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 이런 지옥같은 곳이 있다니..믿기가 싫었다.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의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만든다고

했을 때에도 그 긴 장벽이 왜 필요하지? 가능하기는 할까 싶었다.

우리와는 정반대의 대륙에 사는 남미의 사람들은 대체로 많이 불행하게 사는 것

같다. 세계 제1위의 산유국 베네수웰라는 돈의 가치가 형편없어 땔감으로 사용한다고도

하고 온두라스며 멕시코등 수많은 난민들이 미국을 향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고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쨌든 자신이 태어난 조국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 곳을 떠나

자유를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아카풀코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빛나는 햇살에 넘실거리는 파도가 있고

느긋한 일상이 있는 그런 휴식의 도시.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런 일상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멕시코의 카르텔. 주로 마약을 거래하고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들.

리디아는 대학시절 멕시코시티에 나간 것을 빼고는 아카풀코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지금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시절 만난 세바스티안과 결혼하여 여덟살이 된 아들 루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조카딸의 성인식이 열리던 엄마의 집에 폭도들이 칩입하여 총을 난사한다.

오직 화장실에 와있던 루카와 리디아만이 살아남는다. 순식간에 그녀의 가족 열 여섯명이

살해당했다. 기자인 남편 세바스티안이 카르텔의 수장에 대한 기사를 썼다는게 이유였다.

이제 멕시코에서는 카르텔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된다. 오직 죽음만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오래전 서점에 찾아왔던 신사와 친구가 된 리디아. 시를 좋아하고 사려심 깊은 그 신사가

바로 카르텔의 수장 하비에르였다.

 

 

 

카르텔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정치가도, 상점의 주인이나 어린 소년까지 곳곳에 카르텔의 마수가 뻗혀있다.

뇌물로 매수하거나 폭력으로 위협하거나, 안되면 살인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리디아는 사랑하는 아들 루카를 지키기 위해 멕시코를 벗어나야 한다. 그들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그물망에 걸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리디아와 루카의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된다. 카르텔의 마수는 코앞까지 다가오고

숨막히는 추적은 피맛이 느껴진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여러도시를 전전하고 남미의

난민들이 자유를 향해 오르는 기차의 지붕위에 올라 위로 위로 향한다.

그 여정속에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난민들의 사연은 인간들의 탐욕이 얼마나 큰 악을

부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카르텔의 일원이 된 어린 소년의 몸에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수만큼 문신이 새겨져있다. 살인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먹고 사는 일에도 지친 사람들에게 카르텔은 마약, 살인, 강간, 폭력등 그야말로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다. 결국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향해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미국에

들어갈 수는 없다. 국경 근처에서 난민들을 색출하는 이민국사람들과 수비대는

난민들에게 돈을 착취하고 여자들을 팔아먹기도 한다. 이게 현실이라니.

 

책을 읽는 내내 책 앞 지도를 자주 들여다보았다. 아카풀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티후아나...리디아와 난민들의 여정.

오늘 세계뉴스에서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에게 '우리를 들여보내

달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나왔다.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드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해 국경의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 잦다. 과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밀려드는 난민들을 받아줄 재정도 없고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감당할 자신도 없다.

넘으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의 대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가슴아픈 소설이다. 현실이어서 더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저 비극의 대륙 남미에서

태어나지 않음을 감사했다. 신을 믿는 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왜 신은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인지 원망하게 된다. 지금도 수많은 리디아와 루카가 자유를 향해 목숨을 건

여정을 하고 있다.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어떤 비극이 존재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해준 문제작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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