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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침대맡 미술관 -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기무라 다이지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갑작스런 폭풍이 몰아친다. 창밖으로 바람소리가 웅웅 울리고 틈으로 느껴지는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가뜩이나 코로나사태로 집콕중인데 며칠동안 집콕을
떠나 방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섬집 아랫방에 불을 때고 내 이쁜 강아지 토리와
침대위에서 이 책을 읽었다. 말그대로 침대맡 미술관인 셈이다.
1995년 이었던 것 같다. 출장으로 가게된 프랑스 파리에서 잠깐 시간을 만들어
루브르에 가서 긴줄 끄트머리에 줄을 섰다. 그렇게 둘러보게 된 루브르는 잠깐
시간을 내어 돌아보기엔 너무 어마어마한 공간이었다. 제대로 보려면 3일 이상은
걸린다고 했다. 할 수없이 주마간산격으로 유명작품 위주로 돌아본 기억이 있다.
작품들은 기억이 거의 없는데-아마 지금 다시 돌아본다면 제법 알아보는 작품들이
있겠지만-이 모나리자는 기억이 또렷하다. 일단 작품이 너무 작아서 실망했다.
왜 대작이라고 생각했을까. 여기서 말하는 대작은 크기이다. 천재적 작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말년에 프랑스로 건너왔다. 이 작품은 그 때 같이 프랑스로
들어왔다. 이 작품을 보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작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보호대로부터 작품이 너무 멀어서 이렇게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 저자는 이 작품의 '스푸마토'기법 때문에 걸작이라고 설명한다.
붓자국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기법 때문에 확실히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바로 엊그제 고흐에 관한 책을 읽어서인지 이 부분에 마음이 닿는다.
고흐가 좋아했다는 페르메이르는 나도 참 좋아하는 화가이다. 그 유명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의 이 작품도 참 좋다.
그런데 이 작품이 고작 24cmx21cm의 작품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책 한권의 크기보다 살짝 큰 정도인데 어찌 저런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모나리자처럼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델도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페르메이르역시 다빈치처럼 천재작가가 분명하다. 그의 작품에서 나는 신비한 힘을
느낀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하루 1편만 보는 인내심은 발휘하지 못했다.
나라별로 시대별로 잘 선별해놓은 그림이나 설명이 인상깊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눈으로만 보는 그림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하고 마음에 담는다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 다시 루브르를 갈지 알지 못한다.
코로나사태가 끝났다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루브르를
갈 수 있다면 적어도 이 책에 담긴 작품 앞에서 나는 그 시대와 그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렇게 시간으로의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