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가 사랑한 고흐

우리가 사랑한 고흐 - 고흐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월

그간 고흐에 관한 몇 편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책처럼 고흐를 완벽하게 만날 수

있었던 책은 처음이다.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그가 태어나고 자란 브라반트와

지역들을 따라가며 그의 흔적을 쫓는다.

그리고 문득 그가 서른 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다가왔다.

그렇게 짧게 살다 갔던가.

누군가의 말처럼 이 세상에 잠깐 소풍왔다가 떠난 고흐의 삶은 가난했고 외로웠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은 그를 거부했고 파리에 머물던 시절에는 환락의 세계에

빠져 건강을 헤치기도 했다. 도대체 그를 유랑의 세상으로 이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화상을 많이 남긴 화가로도 유명한 고흐는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스스로 모델이

되었던 것이란다. 인상은 다소 무뚝뚝하고 고집스러워보인다.

그의 화풍은 강렬하고 화려하고 때론 음울하다.

목회자가 되려고 했지만 타고난 운명은 어쩔 수 없었던 것같다. 잠자고 있던 그의

재능은 오히려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은둔자가 되면서 발휘된다.

고흐에게 테오라는 동생이 없었더라면 그의 명작은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테오와 오간 편지에는 고흐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화가로서 능력도 탁월했지만 자신의 심정을 담은 글에도 남다른 능력이 느껴진다.

외로움, 슬픔, 삶의 철학같은 것들이 담긴 그의 편지를 잘 보관한 테오의 아내 요한나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명작도 좋지만 소개된 많은 그림중에 난 이 그림이

특히 좋았다. 색감도 밝고 빨래터에 모인 아낙네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이 그림을 그린 순간만은 고흐에게 평안함이 머물지 않았을까.

37년 이란 짦은 생을 살다 간 빈센트가 머문 장소가 대략 28곳이라고 한다.

21년 동안 1년에 한 번 이상 이사를 다닌 셈이다. 어디에도 닻을 내리지 못하고

떠돈 그의 삶이 쓸쓸하다.

그가 부자였다면, 참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더라면 그의 그림은

달라졌을 것이다. 짧은 생은 불꽃처럼 빛났고 더불어 늘 어둔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고흐는 작품을 빨리 그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더니 꽤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어 좋았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들의 그림도 만날 수

있어 이 책은 소중하게 간직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