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도시 괴담은 세계 어디에나 있고 또 재미있다.

일본은 추리물도 그렇지만 독특한 나름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괴담이라는게 산뜻하기는 어렵지만 유독 어둡고 축축한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이게 소설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 된다.

 


 

출판사 편집자인 주인공은 어느 날 괴담특집에 관한 기획에 대한 메일을 받게되고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8년 전 대학동기 사키코에게 쓰노다씨를 소개받았었다.

쓰도다는 광고대행업체의 직원으로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와 궁합을 보러

점집을 찾았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았었다.

'전형적인 아줌마 파마를 하고 꽃무늬 튜닉을 입은 여자'

불행해진다며 결혼하지 말라는 여자의 말에 화가나 뛰쳐나온 남자친구는 이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괴한 사건들. 쓰노다가 맡은 광고지에 희한한 얼룩들이 생기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과해'라는 말이 씌여져 있다.

용한 액막이 무속인을 소개받기 위한 만남이었지만 그런 계통을 알만한 사람인

사카키가 바쁜 탓으로 얘기만 듣고 헤어졌다. 하지만 며칠 후 소개받았던 쓰노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차도로 뛰쳐나가 차에 치여 죽고 만다.

더구나 2년 후 쓰노다씨를 소개했던 친구 사키코 역시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차도로

뛰쳐나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무슨 저주란 말인가.

 


 

주인공은 원고 마감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기미코란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남편과 아들이 저주에 걸렸다며 도와달라는 여자.

갑자기 교통사고를 낸 남편과 이후 이명을 들리고 집을 나갔던 아들까지.

단지 스트레스에 정신줄이 없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카키는 그 사건의 내막을

줄줄 나열한다. 해결된 줄만 알았는데 한 달후 기미코가 여행을 갔다가 화재를 만나

죽고 만다. 이것 또한 우연인걸까.

 


 

신혼부부인 다카후미는 결혼해서 살집을 구하다가 가격도 적당하고 전철에서도

가까운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게 된다. 더구나 앞집에는 오지랖은 넓지만 임신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도와주는 히사코라는 이웃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이 외도를 하는 장면을 히사코가 봤다며 화를 내는데...

단언컨대 다카후미는 아내 외에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니 히사코가 자신의 집에 들어와 다카후미가

어떤 여자를 살해했다고 소리치는데...

 


 

6편의 각기 다른 괴담은 희한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괴담의 키를 쥔 인물처럼 보이는 사카키가 어느 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사카키가 소개한 진나이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남을 기원하는 건 훌륭한 마음가짐이지만 아무 관계도 없는 고인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연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란 말.

 

나는 귀신이 있다고 믿는다. 사람곁을 맴도는 귀신들은 대체로 액을 달고 다닌다.

그런 귀신들이 인간들이 가진 조그만 헛점을 보면 그냥 스며든다고 생각한다.

함부로 인연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소설이다.

단순히 괴담을 넘어서 결말에 이르러서야 앞선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추리소설이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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