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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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자의 이력이 다채롭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원래의 이름이 아닌 필명은 좋아하는 홍콩 영화스타 주성치의 이름을 거꾸로 쓴

하세 세이슈이다. 대학 문리학부를 졸업했지만 바텐더로 일하면서 작가들과

교류하다가 편집자, 서평가로 활동하다가 주로 뒷골목의 잔혹함을 그린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흠 자신의 경험이 한 몫을 했는지도 모른다.

암튼 그런 그가 죽음을 앞둔 반려견을 위해 도쿄 생활을 접고 시골로 이사를 하고

두마리의 애견과 살고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개를 위한 헌사같은 책이다.

 


 

옴니버스 형태의 이 소설은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되어 버린 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거리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고 일자리마저 없는 상황.

우연히 편의점 앞에서 만난 개의 목줄에는 '다몬'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아마도 대참사때 주인을 잃고 떠도는 길개 인듯 싶다.

남자는 다몬을 데리고 치매인 엄마와 엄마를 돌보는 누나에게로 향한다.

오래전 길렀던 개를 떠올린 엄마는 활기를 찾았고 남자는 그런 가족을 위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으므로.

 


 

수상한 남자무리들이 도시를 약탈하고 그들의 도주를 돕는 일을 하게된 남자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남자무리중의 한명인 미겔이 다몬을 거두게 된다.

어려서 빈민굴에서 태어나 자란 미겔은 쇼군이라는 개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돈을 벌기위해 누나는 몸을 팔았고 미겔은 소매치기와 절도를 저지르곤 했다.

그리고 결국 일본까지 날아와 강도행각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다 만난 다몬에게서 쇼군의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미겔 역시 다몬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다몬은 다시 등산을 하던

남자에게 발견되어 그의 집으로 향한다. 사랑했지만 무능한 남편때문에 힘들어하는 그의 아내.

착하지만 집안일에 무심한 남편을 원망하던 아내는 어릴 적 할아버지가 키웠던 개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몬에게 그 개의 이름을 붙여준다. 하지만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다몬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부부의 모습에서 이미 파경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부부도 다몬과 함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할아버지.

이미 췌장암 말기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마치 잘가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온 개라고 생각했다.

앞서 간 아내를 만나기 위해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기묘하게 다몬을 만나는 사람마다 죽음을 맞는다.

마치 잘가라는 인사를 하려고 찾아든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가족에게서 오래전 다몬과의 인연이 밝혀진다.

다몬이 행복하게 살았던 시절에 만났던 아이.

그 아이와의 해후를 위해 늘 그렇게 어딘가로 향했던 것일까.

 

 

작가 자신이 개를 키우면서 오만했던 삶을 바꾸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역시 그랬다. 개에 물린 트라우마 때문에 절대 우리가족이 될 수 없으리라는 믿음은

귀여운 우리집 강아지 토리때문에 바뀌었다.

이제 그 녀석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워낙 개의 수명이 인간보다 짧으니 먼저 나를 두고 떠날까봐 벌써부터 슬퍼지곤 한다.

다몬의 여정에서 만나 사람들의 삶에서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아픔들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 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눈은 누구보다 밝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수많은 개들이 모두 사랑받으며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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